어느덧 질병휴직 2년차에 접어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상반기에 복직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휴직 연장을 신청했고 한 해를 더 쉬게 되었다.
그렇게 잘 지내기도 하고, 또 못 지내기도 하며 살아가던 중
'하반기 복직 의사 있습니까?' 물어오는 사무실에서의 전화가 한 통 있었고,
그 한마디에 나는 무너졌다.
어떻게 해야하지?
복직을 해야하나? 그만둬야 하나?
솔직히 훅 줄어든 급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받기보다는 주는걸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사고 선물을 주고
그런 일련의 사회생활에 제약이 걸리니 너무 괴로웠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내가 싫었다.
이런 부분들은 당장 복직만 하면 다 해결될 것들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워했는지 다 기억하는데 어떻게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지?
미친 거 아냐?
그럼 뭐해먹고 살건데? 밥벌이는 해야잖아? 다른 거 잘 하는 게 있어? 돈 되는 게 있어?
이 무한도돌이표 속에 나는 극한의 자괴감을 느꼈고
결국 내린 답은 '나는 쓸모없는 인간' 이라는 것이었다.
'쓸모가 없으면 버려야지'에 도달한 순간 대성통곡을 하고 죽을 용기는 없어서 또 울고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상담선생님을 뵈러갔다.
'내 다리가 짧고 허들이 너무 높으면 그 허들은 포기하는 게 맞지 않나'
'공무원 그게 뭐라고, 내가 그걸 열심히 버티면서까지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간 문제 아닌가, 지금의 불안은 갈수록 더 커지기만 할텐데'
'지금 너무 젊다, 평생을 놓고 보면 다시 시작하기에 전혀 늦지 않다'
'주변을 맴도는 느낌, 그것은 나의 본진이 그 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단 공무원으로 성공하기,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모습이 맞나'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 내 공직생활 동안 나에게는 무엇이 남았나 생각해보았다.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장애, 치졸한 정치공작? 공직사회의 면면들?
나는 그동안 그럴싸한 경력도, 사람도, 하다못해 삶의 작은 지혜도 얻지 못한 것이다.
여행유튜버 원지님이 지금의 유튜버를 하기 전 한 회사에서 일할 때,
오후 1시 업무시작 시간을 기다리던 중 시계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0년 뒤에도 이 곳에서 저 시계를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그는 그 회사를 떠났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단한 꿈도 없다.
난 그저 나이고 싶다.
더 이상 내일이 오길 무서워하지 않고
아침에 눈 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더 공부하고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더 쳐다보고
나의 몸과 마음을 더 보살피며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복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