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의 쓸모
기록의 쓸모를 읽는 중이다.
왜 이리 쓸모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쓸모라는 뜻을 찾아보니 쓸모 있는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엄마는 집에 물건을 들이면 잘 버리지 않으셨다. 한 집에 30년 넘게 살았기에 쓰지 않는 물건들도 많았다. 뭐라도 하나 버리려고 하면 ... 언젠가는 쓸 거야? 하면서 버리지 못하게 하였다.
아깝기도 했고 언제 가는 쓸 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훗날 주인을 잃고 고물상에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 물건이 우리 집에는 아주 많았다.
응답하라 1988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한 드라마여서 더욱 좋았다. 2번을 정주행할 정도로 내 인생의 최고의 드라마이다.
미란이가 아이들이 크고, 남편도 자신의 손을 빌리지 않게 되자 자신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내용이 있다. 미란이는 점점 웃음이 없어지고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진다.
엄마 찾기에 나선 정환 형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엄마를 불렀고, 남편도 일부러 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정에서의 쓸모를 다시 찾은 미란은 다시 활기를 찾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괜히 먼 훗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전업주부이다. 가정에서 내 쓸모를 찾으려만 하였다. 쓸모의 가치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들기에 슬프기도 하였다. 엄마로서, 부인으로서의 쓸모에서 내 쓸모로 변환하는 중이다.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글쓰기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공감해 주는 독자가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인스타, 스레드에 쓰인 기록들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런데이 달리기, 독서, 가계부 쓰기 등 하나씩 하는 행동들은 쓸모가 있을 것 우리 생각한다. 조금 한 쓸모 있는 것들이 한곳에 모이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쓸모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나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나란 사람은 가치가 있을까? 나를 찾아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가족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내 쓸모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후 늦게 장대비가 쏟아졌다. 아이들 학교 시간이 다 되었다.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갔다. 비를 맞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오니 부침개가 먹고 싶고 아이들 간식으로도 딱이다. 후다닥 만들어서 아이들과 감자 전을 나누어 먹으면서 학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엄마로서의 쓸모를 후하게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