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기억은 있다.
적막한 가운데 나무 하나가 이야기를 꺼냈다.
도깨비와 씨름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그때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나이였지만
끈기로 도깨비와 싸워 이겨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나무들이 입사귀를 흔들며 호응했다.
어떤 나무는 과거에 나라를 건국했던 장수가 자신의 곁에서 쉬어갔다고 했다.
나무는 그때 당시 자신은 500살 정도였다고 했는데
자신이 그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줬기에 그가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나무들이 입사귀를 흔들며 환호했다.
멀리에 있던 나무는 자신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식물학자는 씨앗이었던 자신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이 산에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벌써 100살이 다 되어 간다고 말했다.
나무들이 입사귀를 흔들며 신기해 했다.
나무들은 각자 자신의 기억들을 이야기했다.
10살 나무도, 100살 나무도, 500살 나무도, 그 이상의 나무들도
각자의 특별한 기억들이 있었고 그 기억들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했다.
밤이 깊어가는 동안 나무들은
자신의 특별한 그때를, 그리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