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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화랑 May 23. 2019

2011년 26살에 쓴 8년 전 메모


8년 전 나는 하계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혹여 취업이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상반기에는 헬스클럽, 돌잔치 상차림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했고, 기숙사에서 떠나 집을 구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다. 하반기는 인턴을 하면서 아프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 잘할 수 있다고 매일 다짐했던 시기였다.



#2011.01.23

토익 네 이년

내가 언젠가는 네 뺨을 후려쳐 줄 테다.


#2011.01.31

손에 꼭 잡아 두지 않으면

미풍에도 날아갈까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민들레 씨 같은

사람이고 싶다

진정


#2011.03.23

이젠 누구에게도 나의 불평 불만을 털어 놓지 말자.

그렇다고 혼자 쌓아두지도 말자.

즐겁게 긍정적으로 혼자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긍정의 기운을 주지 못할 망정 부정적인 기운을 내비치지 말자.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2011.04.22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의 일이다.

일하기 전에는 헬스클럽에는 주말에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

월요일이 가장 많다.

하루에 평균 100명이 오는 반면, 주말에는 약 30명 정도가 운동을 하러 온다.

월 초와 연 초에 신입회원이 많고, 그동안 뜸했던 회원들도 다시 방문하기 시작한다.

아직도 사람들은 1일부터, 1월부터, 내년이 오면 운동을 시작한다.

나는 오늘부터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2011.05.15

어렸을 땐 정갈하게 앞머리를 넘기고 단정하게 머리망을 한 제복 입은 여자들을 보면 나도 언젠가는  모습일 거라며 설레곤 했는데 이젠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예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2011.07.08

서울에서 4만 원을 때는 뭔가를 가졌다는 기쁨이 컸는데, 고향에 돌아와 엄마가 직접 내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니 가진 기쁨보다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이걸 사려면 삼겹살 4인분과 엄마의 체력이 필요할 텐데. (엄마는 식당을 하셨다.)

부모님이 주신 돈이 내가 번 돈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자.


#2011.07.15

다음 달이 되면 졸업을 하기에 앞으로 살 곳을 찾아보고 있다. 개인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하우스메이트로 살아야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방을 알아보고 있다.

이력서도 내고 있다.

하루에 한 군데를 붙잡고 써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주일 내내 써서 간신히 두 군데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 여부는 조금 더 검토하고 확답을 주겠다고.

내가 직장을 얻어야지 모든 상황이 나아진다.

욕심이 많아서 항상 가족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왔다. 

난 계속해서 철부지 없는 딸, 동생이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과 걱정과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간다. 서로의 걱정 희망 꿈 고민을 존중하며 응원하는 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존중받고 싶다.


#2011.07.23

어떤 특징을 타고났든 그것을 고수하라. 자기만의 재능을 버리지 말라. 자연의 의도에 충실한 사람이 되면 성공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아예 노력을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 시드니 스미스


#2011.8.28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2011.08.29

친구가 내게 보낸 편지 중

하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3가지가 무언가 할 것. 무언가 소망할 것. 무언가 사랑할 것이래.

우린 알면서도 잘 못하잖아. 이젠 우리 소망도 하고 사랑도 하고 또 무언가 열심히 하면서 생활하자! 파이팅이야!

두울. 시화야. 행복하다고 항상 생각하면 그 행복은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너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

세엣. 나는 너의 구웃 프렌드. 요즘에 너 되게 많이 아픈가 보다. 아프면 모든 일을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가 없어. 일 욕심이 많은 너에게는 건강이 최고야. 정말 너는 약해가지고 탈이라니까.


너랑 나랑은 한 곳에 정착을 못한다니까 우리는 돌아다녀야 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그것도 나름대로 단점이 있겠지만 음. 나는 그게 더 마음에 들어.


#2011.09.01

나 자신이 싫어질 때.

거짓말로 나를 포장할 때.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

합리화시키는 것


#2011.09.02

취업 박람회에 왔다.

중장년층, 노년층도 보이고.

고등학생도 있다..

전쟁터가 따로 없네.


#2011.09.19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가볍고 편하다.

화해한 것 때문인가.

오늘따라 바디샤워, 바디로션 냄새가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향긋하고 뽀송뽀송한 느낌.

마음을 비워서 그런가.

욕심내지 않겠다고 생각해서인가.

시간 창조자 덕분인가.

시간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가볍고 편안하게 시작한 하루다.


#2011.10.12

갖고 싶은 것

소비자의 눈, 시장 파악,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제품에 대한 지식, 센스, 호기심, 창의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언변 능력, 협동심, 빠른 일처리, 디테일한 기획, 설득력, 수용력,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주시, 열정, 풍부한 지식, 타당한 논리, 자신감, 글쓰기 능력, 잘 놀기, 가끔은 까칠함, 긍정적인 사고, 적극적인 성격


#2011.11.08

퇴근할 땐 울면서 하더라도 출근할 땐 웃으면서 해야지.


#2011.11.10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


#2011.11.12

월급 받은 기념으로 엄마를 위해 따뜻한 조끼랑 염색약이랑 화장품을 사서 오랜만에 고향으로 왔다.

가게 들어가자마자 너무나 야윈, 반쪽이 된 엄마의 얼굴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한숨과 고민이 더 깊어지는 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거밖에 없을까.


#2011.11.20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요일이었다.

밥 먹고 청소하고 잠잔 것 빼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무 생각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오늘은

가끔은 이런 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오늘은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던 오늘은

게으른 하루를 보낸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2011.11.21

도덕을 삼가 지킬 때는 반드시 아주 미세한 일에서부터 해야 하고, 은덕을 베풀 때는 보답할 처지가 못되는 사람에게 더욱 힘써야 한다.


#2011.12.01

가진 것도 없고 잘난 건 없지만 살면서 늘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작은 것에 감사해하면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적은 만들지 않으려 살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그럴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헤쳐나갔다. 늘 떳떳하게 살았다.

힘들 때마다 도와준 사람들은 평생 잊지 않고 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갚으며 사는 것이.

엄마의 남은 여생, 더 이상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호강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고 나쁜 사람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늘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것이

나라는 사람을 기억할 때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2011.12.08

머리도 안 좋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쥐뿔 없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2011.12.16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인 현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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