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치매 환자입니다 (3)

by 채수아

제 손톱에 바른 빨간 매니큐어가 너무 예쁘다고, 꽃 양말이 너무 예쁘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그래서 빨간 가디건을 사서 입혀드리고, 제 큰딸이 꽃길만 걸으라고 사준, 세 개의 양말 중 제일 예쁜 걸 엄마께 신겨드렸어요.



나 10년은 더 젊어 보이지 않냐는 엄마 질문에 제 남편은 엄지 척을 해드리더라고요.


떡국을 넣어 끓어드리려고

맛난 가게에서 설렁탕을 포장해 갔는데, 집에서 늘 그랬듯 주방에 익숙한 남편을 보시고, 엄마는 가서 니가 하라고 저를 떠미시더라고요.


"엄마, 박서방은 설거지도 잘하고 음식도 잘해."

그 말에 엄마는 활짝 웃으시며 속 마음을 드러내셨어요.


엄마는 맛있게 떡국을 다 드셨고, 그걸 보는 우리 부부는 더더 행복했지요.


점심을 먹고 동네 마트에 다녀왔더니 남편이 제게 만 원짜리 다섯 장을 주더군요. 장모님이 사위 이쁘다고 주셨다고 해요.


하긴, 오래전 아주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날에 엄마께 안부 전화를 한 큰사위가 고마워, 엄마는 제게 가죽잠바를 사주라고 50만 원을 입금해 주신 일이 있었으니까요.


티브이에서 트롯 가수들이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더군요. 저는 엄마 옆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엄마는 손뼉을 치면서 연신

"우리 딸 너무 이뻐, 너무 이뻐."

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함께 사는 큰 오빠와 대화하며, 우리 부부가 다녀간 것을 또 기억하지 못하시겠지요. 그래도 저는 다음에 엄마 앞에서

또 예쁘게 춤을 추려고요.


국민체조를 하는 큰딸 옆에서

초등 선생처럼 구령을 정확히 붙이는 엄마를 보며, 남편과 큰딸이 학교에서 자주 했던 걸 어떻게 저리 정확히 하시는지 놀라웠습니다.


셋이 티브이를 보다 예쁜 배우가 나오자, 저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저 배우랑 나 중에서 누가 더 예뻐?"


엄마는 바로 우리 큰딸이 훨씬 더 예쁘다고 하셨어요. 같은 질문을 남편에게 장난스럽게 하니, 남편도 엄마와 똑같은 대답을 하더군요. 엄마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하하하 웃으며 손뼉을 치셨습니다


저는 매일 다짐하는 게 있어요.


'오늘 하루만 잘 살자.'


그 다짐은 제 하루를 환히 밝혀주더라고요. 더 많이 사랑하게 하고, 우선순위를 선명하게 알려주더군요.


엄마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어요. '우리 엄마도 하루를 사시는 거구나!'


그 하루에 만난 사람과 기쁨을

다음 날엔 다 잊더라도, 그날 하루를 잘 살고 계신 거구나!


그래서 남편과 저는

엄마의 그 하루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손뼉 치고

같이 춤추는


그런 우리의 하루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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