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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an 28. 2023

인혜 엄마의 걸레와  친정엄마의 행주

담임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건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체력이 딸린 게 눈에 보이는 사람이니, 학생들의 엄마들은 나를 도우러 무척 애썼다.


내가 기침을 하면 다음날 쌍화탕이 아이 손에 들려왔고, 아이들 눈에도 피로감이 심해 보이는 날엔 힘내라는 이메일을 보내는 엄마도 계셨다. 나의 학교생활은 몸이 약해 늘 미안했던 것 말고는 거의 모든 게 감사이고 축복이었다


내 마지막 학교의 마지막 학급, 2학년 1반 반장 엄마였던 인혜 엄마는, 나를 매우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 그중 가장 고마웠던 게 있는데, 걸레를 매주 가져다가 삶아 바싹 마르게 바구니에 담아 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분당에 사시는 교사 출신인 외숙모님 댁에서 본 모습이다. 인혜 엄마는 그해 9월 내가 쓰러져 병 휴직을 했을 때 무척 마음 아파하셨다. 그리고 일 년 후 복직할 즈음, 내게 전화를 한 그녀에게 난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가 울었고, 나도 따라서 울었다


퇴직 후 몸이 회복되면서 집안 살림에 관심을 갖고, 식구들 먹일 음식도 정성껏 준비했다. 그리고 시어머님이 하시던 대로 행주를 삶아서 말렸듯이 인혜 엄마처럼 걸레도 그렇게 했다. 그래서 행주와 걸레를 삶는 날엔 시어머님과 인혜 엄마가 늘 떠오르곤 했다


나의 친정 엄마는 치매 4급이다. 엄마는 치매를 앓기 전, 늘 깔끔하게 행주를 삶아서 반듯하게 접어 주방 윗편에 올려놓으셨는데, 어느 순간 쓰고 있는 행주가 많이 더러워진 걸 발견했다. 요양보호사님이 주방 일을 도와주시고, 큰 오빠가 매일 엄마를 돌보고 있지만, 그것까지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예전 인혜 엄마가 했듯이 매주 행주를 살아 새로 갖다 놓으려는 것이다.


엄마 건강하실 때 여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언니는 엄마 집에 오면 막 보이나 봐? 언니가 다녀가면 뭔가 달라져."


그랬다. 내 눈에 보이니까 새 행주도 사다 놓고, 변기 커버도 바꾸어놓고, 냉장고 청소도 한 것이다. 집에 돌아와 파김치가 되더라도 가끔 가는 친정에서 그 정도의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편도 한마음이어서 가전제품이나 식탁이나,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새것으로 갈아드렸다


​일이 닥치면 무리하는 성향이 있는 내게, 우리 아이들이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마음은 알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고, 엄마 컨디션에 맞게 하라고. 외할머니를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어제저녁엔 주말에 외가에 가지 말라고 했다. 몸살 약을 먹고 누워있던 엄마가 안쓰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컨디션은 좀 나아졌고,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이 귀에 쟁쟁거려 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다녀오려고 한다. 단 몇 시간이라도 엄마와 시간을 함께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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