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막내딸의 생일 모임을 했어요. 두 사람이 만나 식구를 다섯으로 불렸습니다. 딸 낳고, 아들 낳고, 또 딸을 낳은 저를 보고 시어머님은 200점이라고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셋째 아기 만삭이었을 때, 지레짐작하시어 어두운 얼굴로 '셋째도 딸'이라고 말씀하셨던 의사 선생님 모습도 떠올라 웃음이 나네요.
저희 삼 남매를 '인화초'라고 하시면서 사랑 듬뿍 주셨던 시어머님도, 그날은 하늘나라에서 미소 지으며 내려다보셨을 거예요. 가족이란 이렇게 좋은 거네요. 몸 안에서 노래가 절로 흘러나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2년 전, 어느 날이었어요. 간단한 안부를 여쭙고, 주말에 있는 막내딸의 생일 모임을 알려드리면서, 어머니께서 좋아하실만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종알거렸습니다. 아들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인데도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일찍 일어나고 있으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계획에 맞추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 큰 딸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라 논문 준비로 바쁘다는 말, 그리고 막내는 중간고사보다 기말고사 시험을 잘 본 것 같다는 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다가 시험을 보러 가서 깜짝 놀랐다는 말, 그리고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과목(그 당시 장래 희망이 수학 교사였어요)인 수학을 반에서 두 번째로 잘했고, 다니는 학원에서는 제일 잘했다는 말...
어머님의 목소리는 점점 더 밝아지셨어요. 막내가 전화를 매일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그 바쁜 고 3 때도 밤늦게 야자를 끝내고 나오면서 할머니께 매일 전화를 하던 큰 딸이 요즘은 논문 준비로 바쁜지 며칠에 한 번씩하고 있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에고, 우리 이쁜 두 딸!'
그 이후 오랜만에 아주버님과 형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아주버님 말씀에 저는 까르르 웃었습니다.
"제수씨, 막내딸이 수학을 100점 맞았다고요?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전화도 매일 드린다고 자랑을 얼마나 하시던지... 우리 아들들도 그렇고 ㅎㅎ 역시 딸이 최고예요."
100점이 아닌 막내딸의 수학 점수는 어느새 100점으로 변신(?)을 했다 ㅎㅎ이건 어머님의 기술이시다 ㅎㅎ 자랑을 하실 때면 사실보다 뭔가가 쬐금 더 붙어 있었다.
직장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주셨던 할머니 사랑을 잊지 않고, 할머니께 늘 효도하려고 애썼던 저희 삼 남매는 아직도 돌아가신 할머니를 많이 그리워합니다.
가족이 뭘까요? 그저 좋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좋고, 활짝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 모습도 얼마나 예쁘던지요. 가족이 있어 힘을 내고, 가족이 있어 힘을 얻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역시 세 아이를 낳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