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당근 친구

by 채수아

삶이 그러하듯

당근 마켓 안에서도

사람으로 웃고

사람으로 마음을 다친다


당근 마켓 안에는

쓸만한 물건을

싸게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눔을 하는 분들이 꽤 많다


나 또한

내놓는 물건의 2/3 이상이 나눔이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할 물건이

내게 별로 필요하지 않다면

아이가 제 역할을 하도록

새 주인을 찾게 해 준다


​그런데

마음이 다치는 경우는

꼭 나눔을 하면서 일어난다


​이미 예약자가 있음에도

자기에게 물건을 달라는 사람,

내가 찜했으니 맘 편하게

물건을 가지러 오는 시간을

예약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내가 오히려 연락하게 하는 사람,

나눔이 여러 개 나왔을 때

나온 물건을 모조리 싹쓸이하려는 사람도

몇 있었다


나눔과 비우기를 실천하는 그곳에서

인간의 욕심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사귄 당근 친구 몇 사람은

아예 나눔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꼭 그런 사람들이 등장해 마음을

어지럽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잠시 그런 고민을 했다

지만 아직은 진행 중이다

물건이 좋은 새 주인을 만나러 가는

더 많은 기쁨이 있기 때문이



당근에서 사람을 만났다

친구를 만났다


이슬비가 살짝 내리던 날,

내 물건을 사러 온 사람과

잠시 벤치에 앉아 물건 설명을 하다가

이야기가 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린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그 이후 전화와 카톡으로

안부를 묻곤 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통화를 하다

서로 비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즉석 만남을 청했고

난 수락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세찬 장대비를 보고 있었다


어제 통화에서 그녀는

치매이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매일 다니시는 보호 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님과

데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처음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사랑 많으셨던 시아버님은

오래전에 먼 곳으로 떠나셨고

남아계신 어머님만

살뜰히 보살펴드리고 있다


가끔 대소변 치우기로 힘들 때도 있지만

며느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신 분이어서

견딜만하단다

어머님이 지금도 엄청 고우시단다

아직도 예쁘시단다


그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그녀의 딸이 유학 가기 전엔

셋이 가끔 외식을 해서 좋았는데

어머님이 워낙 소식을 하시니

둘이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다는 말에


난 말했다

내가 딸 노릇 해야겠네,라고


내 말에 그 친구는

엄청 좋아라 했다​


우리 어머님께 배운

된장 지짐을 만들어

그 어머님께 드릴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만간 그녀의 어머님을 만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이

엄청 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이쁜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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