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하면서 한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다. 전날, 며느리가 손주를 심하게 야단치는 걸 보고 화가 많이 나셨다고 한다. 저녁에 며느리가 퇴근을 하면 조용히 대화를 해보겠다고 하셨다.
나도 내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큰 딸이 네 살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밖에서 욕을 배워와서는 계속 욕을 중얼중얼하고 다니는 거였다. 나는 그 모습에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아이를 호되게 야단을 쳤다. 그걸 지켜보시던 시어머님께서 화를 내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얘는 보통 애가 아니다. 그냥 자라도 아주 착하고 반듯하게 자랄 아이니까 그렇게 심하게 야단치지 마라. 애들이 자라면서 욕도 좀 하고 그러는 거다. 뭔 뜻인지도 모르고 하는 거, 며칠 있으면 금방 잊어버릴 거다."
그 당시 나는 어머니의 말씀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르신이 그리 말씀하시니 야단치기를 멈추었다. 하지만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아이는 욕을 금방 잊어버렸고, 밝고 고운 성품의 어른으로 잘 성장을 했다. 시어머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신뢰했던 나의 큰딸은, 전폭적인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 그렇게 잘 성장했다고 나는 믿는다.
자녀 교육엔 정답이 없다. 결혼 전, 학부형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해준 말은, 내가 결혼을 하면 무척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말이었다. 사실, 듣는 나도 속으로는 그럴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고,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선생님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게 잘하는 걸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최선을 선택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것도 늘 그랬던 건 아니고, 감정이 앞서다 보니 돌아서서 후회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오래전, 평소 성품이 좋은 남편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아들에게 심하게 야단을 친 적이 있다. 그것도 아이가 밥을 먹고 있던 상황에서 말이다. 그 모습에 나는 화가 많이 났다. 아들은 학사장교 시험 준비로 여행을 가지 않았고, 며칠 만에 차려주는 밥상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남편은 아들의 밥 먹는 태도에 거슬렸던 부분을 그 순간 참지를 못했고, 당황한 아들은 다행히 말대꾸는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남편에게 화를 내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그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질환이 있던 남편의 상태가, 여행을 가서 좀 더 심해졌고, 참을성 있는 남편은 여행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아들의 거슬리는 행동에 그만 폭발했던 것이다.
난 늦은 밤, 남편의 행동이 심했다고, 엄마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이해는 간다고도 말했다. 남편은 자기도 금방 후회를 했다고, 다음날에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까 많이 당황했지? 평소에 아빠가 지적했던 네 습관을 보고 아빠가 심하게 야단을 쳐서. 되도록 너도 고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늘 아빠가 좀 심했던 건 이유가 있어. 너도 몸이 안 좋을 때는 신경이 예민해지잖아? 아빠가 요즘 피부가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 그러니 네가 이해해 주면 좋겠다."
아들에게서 답장이 왔다. 자기가 습관을 고치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겠다고.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잘 굴러갈 수 있는 게 '가정'이라는 시험지일 거다. 미성숙한 남녀가 만나 부모 되어 살아가는 인생길은 끊임없는 노력, 노력의 연속이리라. 그 또한 사랑의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