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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May 17. 2024

부부

30년 이상을 가까이 살다 보니 남편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이 남자 속이 많이 부대끼고 있다는 것을. 5년 전의 내 발목 사고에도 의연하게 잘 버티던 사람이 오늘은 분명 뭔가가 있음을 감지했다.


어제저녁,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 있었던 시기 질투의 음해성 사건에 무진장 속상했겠다. 억울했겠다.


난 남편에게 평화를 잃지 말라고 했다. 휩싸이지 말라고 했다. 스스로 당당한 사람이니 여유롭게 대처하라고 했다. 더 보태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남편에게 차근차근 말을 하다 보니, 남편의 굳어있던 얼굴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나에게 줄 과일을 닦아 가져다주며 콧노래도 흥얼거렸다.


됐다.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 친구들과 후배들을 살뜰히 잘 챙기는 사람, 오래 지켜보아도 휴머니스트로 잘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오늘도 당당히 회사로 향할 것이다.



♡​산책길에 남편이 만들어준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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