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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l 20. 2024

<유혹하는 글쓰기> 발췌문

나는 이렇게 기회만 있으면 책을 읽습니다. 독자가 읽기 편한 글, 여러분은 언제나 독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합니다


 - '회의는 7시에 개최될 예정입니다.'를 '회의 시간은 7시입니다.'로 글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글쓰기는 유혹입니다. 글쓰기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하게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작품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작품은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입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 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하기가 귀찮다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여러분의 타자기나 컴퓨터에 창작을 도와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에게는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밤을 꼴딱꼴딱 새워가며 모든 노고를 혼자 도맡는 것도 기꺼이 감수해야 합니다. 작은 날개를 달고 입에서는 시가(담배)를 물고 있는 그 작자는 마술이 가득한 자루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은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입니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 없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그리고 연장도) 없는 사람이다. 결론은 그렇게 간단하다. 정말 진실한 글을 쓰려고 한다면 어차피 여러분의 사교 생활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작가가 되려면 상상력이 충만한 삶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여러분이 정말 독서와 창작을 좋아하고 또한 적성에도 맞는다면, 내가 권하는 정력적인 독서 및 창작 계획도 - 날마다 4~6시간 -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혹은 마음가짐에) 이르게 된다. 신이 자신에게 어떤 일을 할 능력을 주었는데 어째서 그 일을 안 하는 것일까?


나는 일단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중에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없다. 가장 바람직한 글쓰기는 영감이 가득한 일종의 놀이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도저히 손댈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싱싱할 때 얼른 써버리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얼간이 같은 일벌레'라고 부르든 말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쓴다. 나에게는 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노동이다. 오히려 글을 쓸 때가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집필실에 화려한 실내장식은 필요 없다. 장소는 좀 허름해도 좋은데, 거기서 정말 필요한 것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문으로, 여러분은 이 문을 닫을 용의가 있어야 한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 세상과 자신에게 공언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집필실 안에는 전화조차 없는 것이 좋다. 여러분에게는 우선 방이 필요하고, 문이 필요하고, 그 문을 닫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구체적인 목표도 필요하다.


무엇에 대하여 쓸 것인가?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정말 무엇이든지 좋다. 단,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특정 장르나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런 글을 쓰려면,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행동, 주변 환경이나 대화 내용 등이 독자들에게 낯익은 것들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별 볼일 없는 모방 작을 만들어낼 뿐이다. 여러분도 자기가 잘 아는 것들을 통하여 독특한 작가가 될 수 있다. 용기를 가져라. 나는 플롯보다 직관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데, 그것은 내 작품들이 대개 줄거리라는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내 작품의 창조자일 뿐 아니라 최초의 독자이기도 하다.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체의 수많은 결점을 상쇄시켜 주는 미덕이다. 반면에 '거짓'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큰 결점이다. 마음의 눈은,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


글쓰기를 연습하되, 여러분의 소임은 '자기가 연습한 것을 말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마치 '시처럼 느껴지는 대화문'을 쓰는 솜씨는 오랜 연습을 통하여 다듬어지고, '예술적인 대화문'은 열심히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즐기는 창의적인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그러나 연습처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을 쓰면서 완고하고 보수적일 필요는 없다. 독자들이 읽기에 큰 불편이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작품은 절대로 여러분의 서재나 집필실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니, '일부'독자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끔은 일부 독자라도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말은 아마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했던 것 같다.


만일 여러분의 작품 속에 상징성이 있고 여러분이 그것을 발견했다면, 반짝반짝 빛날 때까지 문지르고 세공인이 보석을 다루듯 깎고 다듬어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좋다. 초고를 쓰는 도중이나 그 직후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작품을  수정하면서 해야 할 일은 그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창의력의 막다른 골목에 부딪친 사람에게는 따분함도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따분한 가운데 그 거창하고 쓸모없는 원고를 생각하며 거닐었다. 그러던 어는 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해답이 떠올랐다. 그 해답은 한순간 눈부신 섬광과 함께 완전한 형태로 - 선물 포장까지 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 나타났다. 내가 글쓰기를 다른 일보다 좋아하는 이유를 딱 하나만 꼽는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연결되는 통찰력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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