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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Oct 18. 2024

우선순위

내가 교직에 있을 때 직원회의 중 교감 선생님께서 전 직원을 향해 질문을 던지셨다.


"교사로서의 직무 1 순위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고는 네 가지의 답을 쭉 불러주고 손을 들라고 하셨다. 나는 '인성 교육'에 손을 번쩍 들었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계셨는데, 다른 관리자들과는 다르게 늘 교사들과 소통하려고 애쓰셨던 분이고, 학교 감사 중에도 전 직원에게 힘내라는 장문의 편지를 알림 방에 올리셔서 감동을 주셨던 분이다. 교감 선생님은 씩 웃으시며 설명을 해 주셨다.


"인성, 질서, 진로교육, 모두 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겁니다. 인정해요. 하지만 제1 순위는 책임감 있는 학습지도입니다.  2, 3, 4, 그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그때그때 가르쳐야 할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그건 교사의 가장 큰 직무유기입니다. 저도 대학원에서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교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난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교사가 다 갖추어야 하지만, 가장 1 순위인 그것!  그 말씀이 난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부모님을 많이 원망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상처로 인해 돌아가신 후에도 그 원망이 가시지 않는 경우도 보아 참 안타까웠다. 그런데 자식을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부모님들을 보면, 성격적인 면보다는, 자식을 먹이지 않고, 돌보지 않아 자식의 기둥이, 바람막이가 되지 못한 부모의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교사 출신의 아버지가 젊은 날 퇴직한 후 늘 집에서 베짱이처럼 기타를 치고, 어머니는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며 자식을 키워낸 집의 한 딸은, 결혼을 해서도 남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많은 본인의 심리상태로 괴로워했고, 두 남동생은 아예 결혼할 생각조차 안 한다고 걱정을 했다.


1 순위, 우선순위! 우리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가! 내가 가정에서 가장 우선으로 하는 건 무엇인가! 하는 일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요즘 만나는 많은 생각거리에 늘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떠오른다.


"엄니 모시기 어렵제? 성질이 벨쭉 맞아서 우리들도 힘들었어야. 우쩌겄냐? 니가 힘들어도 좀 참아야제."


우리 어머님을 보면 무서워서 앞에서는 말을 못 하고, 뒤에서 성격이 모난 분이라고 하며 나를 다독이던 시댁 친척들이 많았다. 바로 옆의 시누님도 아주버님도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늘 내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며 잘해주셨다. 그런 힘이 있어서 그나마 17년을 버틴 것도 같다.


어머님을 생각한다. 성격이 어쩌니 저쩌니 말도 많았지만, 사람들은 우리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셨기 때문이다. 비록 정은 없지만, 그저 평생 어머니의 짐이고 한이었지만 남편을 버리지 않으셨고, 삼 남매를 번듯하게 잘 키워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하나 들어가기만 해도 큰 자랑거리인 한국 최고의 회사에 아들 둘이 입사를 했으니 어머니의 위세가 얼마나 당당하셨겠는가! 자랄 때는 가장 불쌍한 시선을 받던 삼 남매가 성인이 되어서는 가장 번듯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장한 어머니인 우리 시어머님을 감히 깐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어머님이셨기에 자식들은 어머님 병환 중에도 최선을 다했고(병원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장례식도 성대하게 치러드렸다.


잘 살자! 오늘 하루도 내가 우선적으로 관심 갖고 할 일을 열심히 하자! 많은 것들에 밀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축복의 하루를 보내자! ​​



​사진 : 유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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