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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by 채수아

​한 시간 반 동안 산책을 하고 왔다. 나와의 대화가 필요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는 어제, 한 선배를 만났다. 그녀의 삶이 평범하지 않고 아픈 상처가 많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에 나는 늘 그녀를 감싸 안으려 했다.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나의 사랑법이 마음에 들었다. 평생 그렇게 인연을 이어나가리라 다짐도 했던 것 같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제 그녀의 독선적인 태도가 나를 심하게 흥분시켰다. 그녀는 우리 두 사람이 알고 있는, 남편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는 한 사람에 대해 심한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녀가 종종 힘들었는데,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는 분인데..."


그녀는 화를 냈다.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내가 미웠을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그거다. 시작이 잘못된 것이다. 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를 받아주고 감싸주고 한단 말인가! 나는 어리석게도 오랜 시간 착각을 하며 살았다. 그녀를 알게 된 지 5년, 난 처음으로 그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새벽 산책길에 '나 '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꽃과 나무와 하늘도 바라보았다. 그래, 그녀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내가 오만했다. 내가 착각했다.


나라는 사람을 과대 포장하지 말자! 나만큼만 살자! 그게,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올바른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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