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에 서 있던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활동을 돌아보며
경계선에 서 있는 때가 있다. 어른도 아닌, 어린아이도 아닌 사춘기도 그런 경계선의 순간이다. 사춘기가 지나면 없을 것만 같았던 경계선의 순간이 나에게는 대학교 4학년 때 다시 찾아왔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는 미래를 내다보아야 할 때이고, 무엇인가를 하지 않기에는 곧 다가올 취업과 스펙의 길에서 멀어질 것 같았다.
문제는 머뭇거림이 심해질수록 어떤 일에서든 열정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어중간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해 배울 점을 찾아가는 일뿐이다. 나에게 MBC 청년 시청자위원은 경계선의 시기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활동이었다.
비평이 힘들었다. 그동안 프로그램을 시청자로 소비하는 일은 쉬웠지만, 분석적으로 비평해보는 일은 익숙지 않았다. 예능 PD가 꿈이었던 나에게는 어떤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점이 좋고, 싫은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와 개선점을 들 수 있어야 했지만,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 활동은 그런 나에게 비평의 역량을 키워주었다.
아직도 처음 제출했던 콘텐츠가 기억에 남는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영자와 이영자 매니저의 참견기가 왜 웃기면서 감동적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하지만 왜인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없다 보니 점차 콘텐츠는 산으로 갔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패널들에 대한 설명만 나열하는 식에 그쳤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에디터님의 도움이 핵심적이었다. 어떤 점에서 콘텐츠가 보완되었으면 좋은지에 대해 명확히 집어주셨다. 피드백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콘텐츠를 써보는 습관을 들이니 점차 콘텐츠의 질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매달 2편의 콘텐츠를 발행하고, 별도로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노력이 더해지니 나도 모르게 비평의 눈을 기를 수 있었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을 뽑는 면접 질문 중 ‘이번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가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명확했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이라는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과 보다 많은 소통을 하고 싶었다.
이 활동을 하기 직전에 웹예능을 제작하면서 느꼈던 한계 때문이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컨셉을 짜더라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는다면, 대중성을 갖는 콘텐츠인 방송계와는 먼 성격이었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 활동을 하면서 뵈었던 박성제 사장님이 ‘PD는 반 발짝 앞서가야 한다’는 말과 상통하는 지점이었다.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에서 매달 발행하는 콘텐츠 중 채택된 콘텐츠가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고,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보면서 그러한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요즘의 트렌드와 MBC의 예능의 매력을 어떻게 연결시키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었다.
매달 2편의 콘텐츠(글, 영상)을 발행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PD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콘텐츠와 꾸준히 다가갈 수 있었다. 여느 대외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았던 활동이었다. 콘텐츠에 대해 어떤 시간보다도 꾸준히 보고, 고민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콘텐츠를 보고, 나만의 시각을 분석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보다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각이 길러졌다. 물론 갈 길이 멀지만, MBC 청년 시청자위원 활동 기간 동안 많이 성장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지난 6개월 간 MBC 청년 시청자위원을 할 당시 나는 경계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은 시기에 무엇인가를 도전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건 MBC 청년 시청자위원 활동이었다. 꾸준히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시는 에디터님의 도움을 받아 발행하고, 때로는 고민한 시간만큼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과 댓글을 볼 때마다 다시 힘이 났다.
6개월 간 MBC 청년 시청자위원 활동과 모니터링만 했던 그 시간들이 모여 어느새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을 그 성장의 시기를 거치면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기게 됐다. MBC 청년 시청자위원으로서 6개월 간 활동했던 경험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