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팀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찾아온다'
한 야구 게임 광고의 카피 문구다. 봄은 야구 게임 회사들이 마케팅에 가장 큰 힘을 쏟는 시기. TV 앞에 앉은 이들을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사용한다. 나는 앞서 소개한 문구 하나에 홀려, 겨우내 삭제했던 게임을 다시 깔았다. 야구팬의 감성을 너무 잘 건드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올해에는 TV 광고가 조금 일찍 시작됐다. WBC라는 야구 국제대회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국제대회 흥행은 처참히 실패했고, 일본전의 절망적인 분위기에 이어지는 대표팀 응원 광고는 안타깝게 느껴지기까지 했다(이번 글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ㅎㅎ..).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는 40년을 넘었다. 초창기 프로야구의 주요 고객은 어린이들이었고, 거의 모든 야구팀들은 어린이 회원 제도를 갖고 있었다. '자이언츠 키즈', '타이거즈 키즈', '라이온즈 키즈' 등을 내세우며 연고 지역의 어린이들을 '우리' 아이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너무 당연하게도 지역 기반의 응원 구조를 띠게 됐다.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해 사회인이 됐다. 동시에 전국 각지로 흩어져 가정을 이뤘으며 그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응원팀을 계승했다. 계승의 과정이 복잡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야구장을 가고, 집에서 야구를 보는 게 끝이었다. 그렇게 야구는 대를 잇는 스포츠가 됐다. 2대, 혹은 3대에 걸쳐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건 때론 부럽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과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렇다고 내 응원팀을 바꿀 생각은 없다. 어린 시절의 나도 아빠로부터 야구 '바이럴'을 당했다. 아이유를 좋아해 흥미가 생긴 TV 애니메이션 '꿈빛 파티시엘'이 끝날 무렵 퇴근하는 아빠는 늘 야구를 틀어두셨다. 3G폰을 사용했으며, 컴퓨터도 제한 시간이 있던 때라 집에서 접할 수 있는 영상 매체는 TV 뿐이었다. 결국 아빠 옆에 앉아 야구를 봤고 서서히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빠는 한화, 나는 SSG를 좋아한다. 이 팀을 좋아하게 된 명확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아빠와 다른 응원팀을 갖게 된 이유는 늘 의문이었다. 방금 엄마가 이야기해 준 바로는 '아빠가 한화팬임을 밝히지 않았었다'고. 어쨌든 내게도 응원팀은 어느 순간 찾아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부터 이 팀을 좋아할 거야!"라 다짐하며 야구판에 발을 들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특정 선수를 선호해 그 선수의 소속팀을 따라다닐 수도 있겠고, 겨울 스포츠(배구, 농구, 해외축구처럼)를 시청하다 여름 공백기를 참지 못하고 더 극적이게 '공 굴러가는 것'을 보기 위해 팬을 자처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아무도 몰래 찾아온 무언가에, 역시 자신조차 모르는 사이 설득당했음을 깨달은 이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운명처럼 찾아온 응원팀은 바꾸기 정말 어렵다. 답답함을 참지 못해 한동안 야구를 떠날 순 있어도, 다른 팀으로 '갈아타는 것'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팬들이 '보살'이라는 별명을 감수하면서도 한번 정을 준 구단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끝끝내 이 팀이 가장 높은 곳에 서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고, 내게 있어서는 이 팀이 '최강'이라 외치는 이유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