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어떤 혁신기업의 대표가 잘 먹는 걸 정말 중요하게 여겨서 회사에 주방을 두고 직접 요리를 해 먹었다. 신나게 일하다 말고 또는 빡세게 회의하다 말고 우리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거 해 먹자, 하고는 두 시간에 걸려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한단다. 그러다 보면 안 풀리던 고민거리가 갑자기 툭 하고 해결이 되고 어렵던 문제가 쉽게 다가온다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두 시간에 걸쳐 맛있는 걸 요리해 먹는 사람. 잘 먹는 게 삶의 목표요, 잘 먹다 보면 일은 절로 풀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지만 천성이 게을러 먹는 게 제일 어렵고 잘 먹는 건 더 어려운 사람이다. 내 입 하나 해결하지 못해 매일 대충 차려 먹고 마는 날들이 이어지다가 도대체 왜 사나, 하는 생각까지 간다. 정말 먹는 건 중요하다...
요즘 남프랑스로 캠핑을 떠난 네 여인들의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다식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그들의 다식은 우리의 다식과는 차원이 다른 건지 내 눈에는 그다지 잘 먹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그중에 하나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꼬마김밥이다. 나처럼 밥보인 한 여인이 아침부터 밥을 꼭 먹고 싶다면서 냄비밥을 해서는 가져온 반찬 몇 가지를 넣어 돌돌 말아먹는 것이다.
매일 밥만 먹는 내가 그 장면에 왜 꽂혔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나도 그렇게 먹고 싶었다.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잘 안 먹는 김을 꺼내고 오징어채와 쥐포 대신 파프리카와 버섯을 살짝 익혔다. 그리고 뽀얀 밥 위에 매실장아찌를 하나 톡 얹어서 냠냠.
대충이지만 대충이 아닌 맛. 대충이지만 대충이라기엔 너무 균형 잡힌 한 끼니. 아무리 대충이어도 역시 밥이 최고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