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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Nov 17. 2021

15. 내가 살고 싶은 집

땅을 찾아서......

 집을 짓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부지 중에 우리가 원하는 집을 짓기에 가장 적합한 땅을 선택해야 했다. 네모 반듯한 메인 도로가에 있는 땅들은 가격이 몇 백 더 비싸게 나왔지만, 우리는 메인 도로가 보다는 안쪽의 땅을 선택했다. 북한산 둘레길에 세워진 한옥마을과 전원주택, 그리고 유명한 사찰을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 집이 모두 지어지고 나면, 분명 북촌처럼 관광객이 드나들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고려한 것은 상가주택 부지가 있는 근처의 부지는 피하자는 것이었다. 상가주택 1층에 치킨 집이나, 낙지집이라도 들어선다면, 냄새와 인파로 괴로울 것 같았다. 


 인적이 매우 드문 작은 등산로가 있는 막힌 도로 쪽의 부지가 마음에 들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전망 좋은 곳은 이미 주인들이 있었고, 나머지 부지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설계를 해주기로 한 지인과 함께 상의를 하고, 직접 동네를 걸어보았다. 지인은 가장 먼저 나에게 물었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어떤 집을 짓고 싶어요?"


 "아이들이요.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집의 이쪽에서 저쪽까지 100미터 달리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집이 내가 좋아하는 전망 좋은 카페 같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럼, 이 땅 해요!" 


 경사로에 위치하면서, 땅이 직사각형으로 길어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땅...... 그래서 다른 땅들보다, 몇 백씩 싸게 나온 땅이었다. 그러면서 길쭉한 거실을 가진 일본의 몇몇 집들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긴 집을 이용해 뛰놀고 있었다. 이 땅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직사각형 땅은 삼거리에 놓여 있어서 거실 앞으로 골목길이 있었기 때문에, 추후에 다른 집들이 다 지어지더라도 시야를 가리지 않고, 거실 앞의 북한산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산 앞에 집이 붙어 있으면 산 전체의 모습은 감상할 수 없고, 나무와 풀을 감상하게 될 텐데 내가 원하는 것은 산을 가까이서 느끼는 것보다는 '조망' 하는 것(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산을 좋아하지만 산을 멀리서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농구 경기를 좋아하지만, 경기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으로써 좋아하듯이)이었기 때문에 산 앞에 부지는 제외했다. 더군다나 여름에 온갖 곤충과 모기 그리고 습기가 더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경사로를 이용해서 생각지 않았던 지하방까지 만들 수 있었다. (지하방은 온갖 잡동사니들을 정리해 놓고, 서재 겸 아이들의 아지트로 쓸 수 있어 지금도 가장 만들 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공간이다.) 

반지하 공간

 이렇듯 누가 보아도 '절대적으로' 좋은 부지가 있는 반면, 남들에겐 가치 없어 보이는 땅이어도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와 활용하기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최적의 땅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백 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고, 탁 트인 거실과 산조망을 원한다면, 직사각형 모양의 긴 이 땅이 우리에겐 최적이었다.


 이사 후 아이들은 긴 거실에서 방까지 붕붕카를 타고 다니며, 집안을 하루 종일 헤집고 다녔다. 그때보다 4년 이상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더 이상 붕붕카를 타고 다니진 않지만 친구들과 집 안에서 '무궁화 꽃' 놀이를 하고, 줄넘기를 하며, 일찍 눈이 떠진 새벽녘, 하얗게 지붕 위에 내린 서리와 북한산 뒤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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