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늦지 않았다면, 고백해볼게~ ”BTS감사해요.“

by 창가의 토토


혹시 이민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외국에 나가 살면 좀 더 여유 있게 살지 않을까?

쉽게 돈 벌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어느 정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변치 않는 진실은 이민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살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된다.






내가 이민 생활에 불만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처음 한국을 떠나왔을 땐 항상 한국과 비교했다.


한국은 이곳보다 더 깨끗하고 편리한데..

한국이라면 시스템이 더 잘 되어 있을 텐데..

한국 사람이라면 더 합리적으로 처리할 텐데..


물론 지금도 한국과 비교하면 이곳은 많이 느리고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런 나라이기에 내가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것이 너무 선진화되어 있었다면 우리 같은 외국인이 낑겨 들어갈 틈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나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모두 일을 잘한다고 미화했다.

사실 그럴 리가 없는데, 괜히 이곳이 맘에 안 들어서 한국은 완벽한 곳이라 여기며 이 나라를 무시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한국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한국도 행정 업무 담당자가 어떤 사람이 걸리는지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고 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불친절한 사람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민 초기에 유독 힘들다 느꼈던 것은 인종차별이었다.

그 당시 현지인들은 아시안들을 모두 하나로 뭉뚱그려서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중국, 한국, 일본을 한 나라로 생각하고 각각 다른 지방으로 알고 있었다.

예전에 어떤 현지인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어가 잔뜩 쓰인 종이를 내밀며 번역을 부탁했다.

나도 너처럼 중국어는 모른다고 하니 아주 의아하게 쳐다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년도 넘은 일이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어서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BTS라는 한국 가수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딸이 그들의 팬이 되면서 그들의 goods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딸의 생일 선물로 BTS가 새겨진 티를 사주기로 했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아직 양질의 제품이 수입되기 전이라 aliexpress에서 옷을 하나 구매했는데 배송이 한 달 넘게 걸렸고 프린트는 또 어찌나 조잡한지 빨래 건조대에서 햇볕 몇 번 쪼이니 글씨가 우그러지다가 급기야 글자가 떨어져 나갔고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보풀이 다 일어났다.

그래도 딸은 그 옷을 애정했다.

단지 BT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이유 하나로.

딸이 BTS팬이 되니 내 눈에도 BTS 옷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띄게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어느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스피커 볼륨을 크게 하고 그들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무리의 아이들도 보였다.

심지어 요즘엔 학교 행사에서도 K pop에 맞춰 춤을 겨루는 대회도 생겼다.

나도 모르는 한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국뽕(?)이 차오르기도 한다. ㅎㅎ


몇 년 전에 오징어게임이 대박이 나면서부터는 어른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한국을 알고 싶어 하고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면 말을 시키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비추기도 한다.

몇 마디 대꾸해 주면 아주 신이 나서 한국 드라마, 배우, 음식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이제 나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종 차별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역! 인종차별을 받는다고 해야 할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정이 바뀌고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인터넷의 힘으로 세계는 이제 하나가 돼 버렸다.

한국의 문화가 지구 반대편으로 전달되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K콘텐츠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내가 느끼기에 이런 힘의 시작은 BTS였고, 그래서 딸들에게도 말한다


BTS에게 감사해.

그들 덕분에 현지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호감을 느끼고, 우리에게도 이렇게 친절한 거야.

외국에 살면서 인종차별을 받지 않고 사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야. “







p.s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도 혹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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