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이라도 누구랑 함께하느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때는 1시간이 10시간 같고, 또 어떤 때는 10시간도 1시간 같다.
내가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떠났을 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껴지고 하루하루 가는 것이 아까웠을 때 그 시간 혼자 계신 우리 엄마의 하루는 얼마나 길었을까.
아빠가 가신 후로 처음 맞는 겨울, 하필 그 혹독한 추위가 이번 겨울에 와서 우리 자식들은 하나같이 엄마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혹시라도 외출하셔서 감기라도 걸리실까, 빙판에 미끄러지실까 싶어서 무조건 ”나가지 마세요“만 외쳤다.
80세가 넘은신 노인이 어디 가실 데도 마땅치 않고, 오란데도 없으니 기껏 외출하실 일이 시장이나 공원이 전부인데 그것마저 못하게 했으니 하루가 얼마가 길으셨을까.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고 오늘 같고 매일 똑같은 반복되는 삶
엄마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매일 일부러 외출을 하시고 계셨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엄마는 본인이 안 아프신게 우리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나름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셨다.
그리고 집에 계시면 아빠의 자리가 너무나 보이니까 일부러 집에 멍하게 계시는 시간을 피하고 싶으신 거였다.
엄마는 변비도 걸리셨다고 했다.
내 경험상 , 다이어트한답시고 먹고 싶은 거 자제하고 먹는 양을 줄이면 아무래도 화장실 가는 텀이 길어졌다.
그래서 혹시 식사를 못 하시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니, 솔직히 말씀하셨다.
밥을 하시면 햇반량 정도되는 그릇에 소분해 놓고 드시는데 그거 한개로 하루를 때우셨다고 했다.
그러니 변을 보실 수가 있나.
엄마의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간다.
아빠와 꿀 떨어지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한 사이도 아니셨어서, 그 연세에도 수시로 싸우고 풀리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싸움 상대가 없는 것도 애처롭다.
엄마를 볼 때마다 나도 곁에 있는 남편에게 잘해야겠다 다짐하지만, 그 때뿐 그 다짐이 오래가지 못하니 이 얼마나 미련한 인간인지.
봄이 되면 한국을 간다.
작년 이맘때는 가족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우리 7 식구의 카톡방이 시끌시끌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기대나 설렘이 없다.
난 오히려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번 여름에 휴가 갈 때 비행기를 탈 때도 아빠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향할 때 기억이 나서 우울했다.
지금은 솔직히 한국에 가면 꼭 아빠가 계실 것만 같은데, 막상 가면 정말 아빠가 안 계신 것을 다시 되새기는 과정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작년에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마음을 다시 정리하러 가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다리는 엄마가 계시기에, 말동무 밥동무를 해드리러 가야 한다.
가서 엄마랑 아빠를 마음껏 그리워하며 울고, 웃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