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이 넘으신 우리 엄마.
작년에 아빠를 보내 드리고, 엄마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기도를 가시는 우리 엄마.
그만한 정성이라면, 하나님 아니고 부처님 아니 천지신명님도 감복하실 것 같다.
젊은 시절부터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셨고, 지금은 오로지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라며 매일 새벽 자식을 위해 기도하러 가신다.
날이 춥거나,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운 날은 자식들이 걱정할까 싶어 그때만 쉬신다.
나는 우리 엄마처럼 자식을 위해 헌신적인가?
생각해 본다.
어릴 적 우리는 가난했기 때문에 뭐든지 풍족한 게 없었다.
식구가 일곱인데 생선 두 마리를 굽는다
한 마리는 아빠 꺼
아빠 꺼라도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부터 쭉 그래왔다.
아빠 꺼는 온(완전한) 놈 한 마리
다른 한 마리는 나머지 여섯 명의 몫인데, 다행인지 다섯 남매 중에서 생선을 별로 안 좋아했던 세 명이 있었고, 보통 나랑 둘째 언니가 쟁탈전을 벌였던 것 같다.
나랑 둘째 언니는 입맛이 정말 똑같다
맵고 짜고 뜨거운 거 좋아하고, 완전 육류 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가리는 것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우리는 없어서 못 먹는 파다.
엄마는 항상 남들보다 식사를 늦게 시작하셨다.
상을 다 차리고 밥을 한 술 뜨실라치면 아빠는 그중에 꼭 빠진 반찬을 귀신같이 찾아내신다.
김치만 해도 3-4종류가 올라오는데, 그 외에 젓갈이며 뭐며 다른 반찬이 추가되면 기본 5가지 이상인데도 아빠는 꼭 그중에 없는 걸 찾아서, 그걸 왜 안 놓았냐며 엄마를 일으켜 세우셨다.
어떤 때는 그런 아빠가 미워서 그 꺼내놓은 반찬을 몇 번이나 드시는지 일부러 세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또 한술 뜨시려고 하면 이번엔 물을 달라 신다.
항상 식사를 급하게 하셔서 물 없이는 밥을 넘기시기가 어려우셨던 거다.
그런 이유로 아빠는 젊으셨을 때부터 위가 약하셨다.
이제 엄마의 식사는 시작되지만, 6명이 요이~땅! 하고 시작된 식사는 속도가 빠르다.
누군가는 벌써 밥을 반을 비웠다
맛있는 반찬은 빨리 먹지 않으면 없어지니까, 빠른 속도로 오늘의 메인 반찬을 스캔한 후 최대한 빨리 그것을 공략해야 한다
엄마가 식사를 시작하실 때쯤이면 생선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가시 끝에 , 어린 우리가 채 발라내기 어려운 부분이나, 대가리 부분에만 살이 붙어 있었다.
엄마는 생선대가리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며, 정말 맛있게 드셨다.
저게 원래 생선 대가리였나?
싶을 만큼 생선 대가리의 흔적도 없었다.
그때 우리는 엄마를 위해 생선살을 남겨놓을 만큼 철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가 엄마 몫으로 따로 접시에 드리면 잘 드시지 않을까?
진짜로 생선을 좋아하시는지 싫어하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나는 엄마가 저렇게 사시는 게 싫었다.
맨날 자식에게 심지어 남편에게도 양보하고 헌신하고 사시는 게 싫었다.
결혼 초기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나는 조금 이기적인 엄마로 살기로 했다.
나는 뭐든지 사면 꼭 네 등분을 했다.
물론 불고기나 돈까스나 그런 반찬류는 애들이 먼저 먹은 후에 먹었다.
하지만 눈치 없는 남편은 꼭 그것부터 공략했다.
나는 남편을 팔꿈치로 꾹 찌르면서 애들 몰래 눈짓을 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남편이 고기 사는 것도 못마땅해했고, 그래도 애들한테는 먹여야 하지 않겠냐며 우겨서 사곤 했는데, 막상 해 놓으면 남편은 꼭 그것부터 먹으려 들었다.
나는 그때 딱 한 접시, 애들 둘 먹고, 우리는 맛만 볼 정도의 양만 준비를 했었는데..
그런데 과자나 초콜릿이나 이런 건 꼭 네 등분을 했다.
특히나 한국 음식은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과자 하나 더 먹고 덜 먹고는 엄청 예민한 부분이었다.
카스터드나 마가레트 같이 봉지에 따로 들어있는 걸 구입하면 우리 둘째가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전체개수를 파악한 다음,
“한 사람당 O 개씩 먹으면 돼.”하는 거였다.
이제는 다행히 먹을 것 가지고 쩨쩨하게 굴 정도는 아니라서 그런 일로 남편을 눈치 주지 않아서 좋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시켜놔서 그런지 우리 애들은 아직도 작은 것 하나라도 꼭 나눠먹는 습관이 있다.
엄마니까 안 좋아하겠지? 하고 내 몫을 안 남기는 법은 없다.
아빠가 안 계신 엄마의 하루가 얼마나 길지 알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에게 전화하려고 한다
“우리 OO(엄마 이름)씨, 뭐 하고 계셔?”(나는 막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가끔 버릇이 없다. ㅎ) 하고 전화해 보면
“응 티비본다 또는 티비보다 잠들었다. “ 하신다
물론 가끔 외출도 하시지만, 엄마 친구분들도 모두 연로하시니 모임이 많이 줄었다.
오늘은 점심 약속이 있으셔서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시고 오시려나 했더니 예상보다 빨리 집에 오셨단다.
지방에서 작게 농사하시는 외삼촌이 엄마에게 파를 보내주셔서, 택배 받으시려고 오셨다는데.. 그게 뭐가 급하다고? 하니 혹시 파가 안 좋아질까 봐 빨리 다듬고 싶으셨단다.
그리고 잠시 후에
예쁘게 다듬어진 쪽파들..
엄마는 쪽파들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파김치를 담그셨다고 한다.
본인 혼자 드셔봐야 얼마나 드시겠는가.
쪽파 하나에 아들에게 , 또 하나에 딸에게.. 주시고 싶은 마음을 담고,
또 하나에 이미 가시고 없으신 아빠를 추억하며 그때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후회로 가슴이 아프셨겠지.
엄마가 힘드실까 봐 우리는 엄마에게 제발 일 벌이지 마시라고 하는데,
그걸 못하시게 하면 엄마는 사랑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리고 뭔가에 집중을 하다 보면 시간이 좀 빠르게 흐르니까 엄마에게 저런 일거리들은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더 단단해지셨으면 좋겠다.
항상 긍정마인드로 별 거 아닌 일에 크게 웃으시던 엄마의 웃음을 다시 보고,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