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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Mar 20. 2022

이윤엽 판화

단순하고 깊은

이윤엽 판화를 처음 본 것은 군산의 ‘평화바람 부는 여인숙’ 개관 전시에서였다. 오윤의 판화 같다고 생각했다. 개관식 때 이윤엽 작가 얼굴을 봤을 때 ‘분명 그 판화를 만든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맞았다. 그의 판화에서 본 선이 그의 얼굴에 있었다. 이윤엽 판화는 이윤엽이었다.


뉴스를 통해 하나의 ‘사건으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그중 공권력, 거대 권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이들이 자신의 삶을, 권리를, 공동체 등을 지키기 위해 함께 버티는 과정이 ‘사건 된다. 이런 일들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없다.  현실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 각각의 인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윤엽은  사람들을 새긴다. 그들 곁에서 함께 현장을 지키며 직접 보았던 모습을.

이윤엽, <밀양에서> 출처: www.newscham.net

이윤엽은 2017,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정책에서 촉발된 광화문 문화예술인 텐트촌에서 광장 지킴이를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죠. 진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예술 감상의 밑자리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추리 사태가, 용산 참사가, 거제의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이, 밀양 송전탑 사건이, 구럼비 발파가, 4대강 사업이, 쌍용차 사태가,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이 모두 본인의 얘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들이 우리 모두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천천히 게으르게 알아가고 있다.


이윤엽의 판화는 ‘진실처럼 단순하고 깊다. 그의 작품을 보면 누구나 소중히 지켜야 마땅한 , 인간이기에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 생명이기에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다. 유치원에서 배웠을 법한 것들, 너무 당연해서   어른들이 까먹고 살아가는 것들이다. 편안히   있는 권리, 농민이 농사지을  있는 권리, 물고기가 맑은 강에서  권리 .

이윤엽, <낮잠>. 2006, 18x28cm 출처: 다음 카페 ‘황새우울’
작가가 덧붙인 설명:

대추리 어르신들은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
불안하기도 하고 열이 밭쳐 잠을 못 주무신다.
배도 안고프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신단다.
들판 일터에 철조망이 쳐지고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낮에는 피곤하다.
어느 날 동산 위 소나무 아래 산소를 베고 자는 분을 보았다.  

지난 3 《백기완 선생 서거 1주기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기획전시 출품작은 모두 구매할  있으며 백기완 기념관을 세우는  보태진다. 여기에 이윤엽 작가님의 판화 <백기완 선생님 부활도>, < 한발 떼기>, <기죽지 마라>  작품이 나왔다. 작품별로  개의 에디션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소식을 듣고  작품들을 소장할 좋은 기회다 싶었다. 해서 큰맘 먹고  점씩을 집에 들여왔다. 미술계 변두리에서 조금씩 벌어들이는  수입이 모여서 가장 뜻깊게 쓰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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