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도전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2020년 ‘제4회 극장 동국 연출가전’ 초청작으로 시작해 대학로 화제작으로 평가받은 연극 <델타 보이즈>가 2024년 더욱더 새롭고 강력하게 돌아왔다. <델타 보이즈>는 돈도, 빽도, 능력도 없는 4명의 주인공이 평생 해본 적 없는 4중창에 도전하며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연극이다.
매형의 공장에서 일하는 일록에게 대책 없이 시카고에서 날아온 친구 예건이 찾아온다. 예건은 4중창 대회 포스터를 우연히 발견하고 일록에게 꿈을 이루어주겠다며 4중창 인원을 모집하게 된다. 그렇게 더 모이게 된 것은 생선 장수 대용과 대용의 친한 동생이자 와플 노점을 운영하는 준세이다. 그들이 중창에 도전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과 대책 없음 그 자체이다. 예건이 손으로 대강 적은 포스터를 보고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하는 대용을 보자면 웃음이 푸 하고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얼렁뚱땅 시작하게 되는 그들의 도전에 이입할 수 있는 까닭은 연극에서 각 캐릭터 자체가 개연성이 될 수 있게 구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말수가 적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일록에게서는 책임감과 강단을, 철없어 보이는 예건에게서는 추진력을, 모든 것에 쉽게 진지해지고 마는 대용에게는 순수함과 사랑을, 형에게도 아내에게도 끌려다니는 것만 같아 보이는 준세에게는 열정을. ‘네 명의 남자가 중창에 도전한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시놉시스가 전혀 시시해지지 않는 까닭은 인물의 힘일 것이다. 별거 없는 우리의 삶도 시시한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유로.
나는 대학로 연극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멀티맨’(일인다역을 맡는 배우를 이르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극장이라는 특성상 멀티맨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존재가 연극을 종종 지나치게 희극화하거나 이입을 방해한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 <델타보이즈>에서 멀티맨은 꼭 필요한 배역을 한 배우가 매번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기한다. 멀티맨 특유의 유머는 잃지 않되, 극 중 긴장과 전개를 끊어버리지 않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멀티맨을 맡으며 지키기 어려운 선이라는 것을 알기에, <델타 보이즈>가 잘 짜인 연극이라는 생각을 했다.
연극 <델타 보이즈>에는 음식을 같이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일록은 예건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대용은 연습에 절대 빈손으로 오는 적이 없다. 그리고 연극에서 통용되는 ‘먹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라면을 끓이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객석까지 음식 냄새가 퍼지면 어느새 관객들도 네 명의 주인공과 함께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얼토당토않은,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과도한 노력을 하는, 그들의 열정과 도전을 보며 관객들은 내내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어딘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도 응원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정말 노래를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승이 아니더라도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중창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개인의 뛰어남보다도 연습과 화음으로 만들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닌가.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연극을 보기 위해 혜화를 찾는다. 그런데도 <델타 보이즈>를 보고 오랜만에‘정말 대학로 연극이다.’ 하며 웃으며 나왔다. 감동, 재미, 유머 그리고 왠지 모르게 따뜻해지는 마음마저. 부쩍 쌀쌀해진 계절, 대학로에서 <델타 보이즈>를 만나보길 바란다.
*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