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가볍게 이야기하고 지나갔지만, 저는 미국에 살고 있고 제가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유는 제게 갖춰진 환경이 고양이에게 좀 더 우호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절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내려서는 안 되는 결정입니다. 그래서 본편의 가장 처음을 여는 글로 어떤 사람이 어떤 애완동물을 키우면 좋을지, 고양이는 어떤 점에서 장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고양이를 데려온다면 어떤 고양이가 좋을지를 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 지인이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저는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하겠습니다. "종류를 막론하고 애완동물을 키워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만약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면, 저는 바로 고양이의 장단점을 가볍게 말씀드린 뒤 새 가족과의 곧 있을 만남을 축하해줄 것입니다. 막상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돼서 키워보면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을지언정 어느 정도 기본사항은 숙지하고 있을 테고, 종이 다르거나 응급상황이 온다 해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애완동물을 키워 본 경험이 없다면? 그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지만 가족이 될 친구를 위해 얼마나 물질적, 정신적으로 할애할 수 있나요?
본인이 바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친구나 다른 사람이 곁에 있나요?
앞으로 결혼이나 출산, 육아를 계획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상대방의 애완동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혹시 직장의 변동이나 학업으로 인해 장거리로 이사를 갈 계획이 있나요? 그렇다면 애완동물은 함께 갈 수 있나요?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인가요? 활동적인가요 아니면 정적인가요? 독립적인가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더 좋아하나요?
애완동물을 키움에 있어 준비된 사람만이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위 질문에서 부정적인 대답이 더 많다면 (주관적 기준으로는 두 개 이상에서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고양이의 입양에 대해서 전 반대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고양이에 대해서는 "독립적이고, 스스로 잘 크고, 알아서 화장실도 가리고 밥도 정량을 먹는다"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는데, 새끼 고양이들을 성묘로 잘 키우는 데에는 큰 에너지와 돈이 필요로 합니다. 또한 잔병치례도 제법 했고요. 그리고 성묘가 된 지금조차도 저희는 많은 자원과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 질문들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지거나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거나 부정적인 답이 나온 질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완동물을 너무 키워보고 싶다면, 주변의 지인들의 애완동물들을 여행 갈 때, 다른 일이 있을 때 1-2주 정도라도 맡아본 뒤에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 입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고양이에 대한 호감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기에 바로 고양이 키우기에 돌입했습니다. 고양이로 마음을 굳히신다면 그다음에 해야 할 고민은 "어떤 아이"를 입양하느냐 인데, 특정 종을 고집하지 않으시는 이상 크게 "새끼냐 성묘냐", "수컷이냐 암컷이냐", "단모냐 장모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비록 에너지가 넘치고 손이 많이 갈지언정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서 저희와 고양이가 서로 좀 더 섞이고 맞춰나가길 바래서 토피는 4개월에, 코코는 2개월에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토피 코코의 엄마 아빠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원숭이 시절을 지나고 나서는 전혀 상상치도 못한 성묘로 성장해버렸습니다. 옆의 사진 속 코코는 한주먹만 할 때 입양을 왔지만 1년 뒤 치타 같지만 소심 대마왕인 냐옹이로 크게 됩니다.... 반대로 토피는 크기는 거의 자라지 않았지만 우리 집안 깡패가 되었고요.
수컷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좀 더 크기가 크고 활달하고 성격도 밝은 편입니다. 중성화 과정에 있어서 수컷들은 하루 동안 수술하고 마취가 풀리면 거의 낫는다는 점도 맘에 들었고요. 하지만 막상 키우다 보니 수컷들이 더 많이 걸리는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코코가 가지고 있는 하부요로계 질환이죠).
저희 집 아이들은 단모 종이지만, 장모 종도 맡아보았는데 장단점이 정확하게 대치되었습니다. 단모종은 털이 짧아서 빠지는 것이 덜 보이는 대신 옷, 카펫, 소파 등에 박히게 됩니다. 그래서 사방에 돌돌이를 들고 다니면서 청소도 하고 옷에 붙은 털도 청소하지만, 사실 돌돌이를 씀에도 생각만큼 잘 빠지지가 않았습니다. 장모종의 경우에는 긴 털의 경우에는 덜 묻게 되지만 뭉쳐서 바닥을 뒹굴게 됩니다. 또한 스스로의 그루밍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떡짐이나 뭉침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빗질을 하거나 잘라내 주어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청소를 열심히 해주셔야 하고, 환기가 용이치 않으면 공기청정기를 쓰는 편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입양하느냐가 중요한데요. 미국에서 좋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고양이의 경우 특별한 종을 찾는 경우가 아닌 이상 유기묘나 보호소를 통해 많은 경우 입양을 진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가정 분양이나 펫샵에서 예쁜 아이를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건강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조금 흔하게 생겼을지언정 묘연이 닿는 주인을 만나 사랑을 받으면 예쁘고 멋진 고양이이자 좋은 가족이 되어줄 겁니다. 사담이지만, 저희 토피는 프롤로그의 그 불쌍하고 새끼 같지 않은 수척함(?)을 싹 지워내고 너무 예쁜 미묘로 성장하여 매일 얼굴을 보고 사는데도 종종 주인인 저를 뿌듯하게 만들곤 합니다.
저는 고백건대 필연 주의자입니다. 때로는 좋은 만남들도, 어려운 만남들도 있었지만 저희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도 이 아이들이 필요하고, 이 아이들도 우리가 필요한 걸 채워줄 수 있으니 이 먼 이국땅에서 만나 하나가 된 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좋은 일과 힘든 일들을 거쳐가면서 이 근거 없는 믿음에는 확신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울 마음을 먹게 되시고 준비가 되신 분이라면 저희가 토피와 코코를 이 먼 이국땅에서 만났듯이 당신과 묘연이 닿은 고양이와의 만남이 당신을 찾아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니 준비가 되셨다면 움직이세요. 그리고 당신만의 아이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2018.03.10
토피코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