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지난번 글을 쓴지도 일주일이 지났고, 어느새 4월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글을 마칠 때만 해도 고양이 성격에 대해서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집사님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나 단순하게 늘어놓는 이야기 말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만 늘어가던 찰나에, 오늘도 정반대의 성격을 자랑하는 토피, 코코를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토피와 코코는 혈연으로 이어져있지는 않지만, 둘 다 매우 어렸던 새끼 고양이 시절 때 (4개월 반/2개월) 저희 집에 왔고, 저희 둘의 통장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나름대로 곱게 키워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대부분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음식을 먹이고, 함께 병원을 보내고, 같은 관리를 하면서 키워왔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처음 입양했을 때와는 정 반대인 고양이로 -그리고 두 고양이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봐도 정반대인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처음 입양 오고서 몇 개월 정도의 시기를 되돌이켜 보면, 토피와 코코는 지금과 정 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토피는 어렸을 때 유난히 겁도 많고 작은 고양이였습니다. 원래도 목이 짧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토피가 집에 오고서 약 3개월 정도는 외동 고양이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츠리고 있던 몸을 펴기까지 약 2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나 코코는 정반대였습니다. 오는 순간부터 집을 빨빨거리며 탐색했고, 한시간만에 토피 형아의 마음을 열었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장난을 치다가 길바닥에 털푸덕 쓰러져 자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것과 팔랑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제 목걸이와 팔찌도 다 뜯어버렸고, 치맛자락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토피는 얌전한 고양이가 되고 코코는 활기찬 고양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중성화 수술도 마치고, 유치도 영구치로 모두 바뀌고, 몸집이 좀 커지면서 어른 고양이로 접어들었던 12개월을 기점으로, 토피와 코코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삼 킬로도 되지 않는 작은 고양이인 토피는 자신을 지켜줄 엄마(아빠)가 항상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호기심과 용감함을 점차 보여주었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고성방가를 지르고, 부엌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냉장고 위에 올라가서 시위도 하고, 화장실 문을 머리로 밀고 들어오기도 하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거나 집 앞에서 공사를 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누군지 확인하고 뭘 하는지 꼭 확인하곤 합니다. 박스를 열면 그 안에 짐을 빼기도 전에 뛰어들어가기도 하고요. 장난감도 좋아하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들도 자꾸 떨어뜨려서 축구를 하기도 합니다. 활달하고 용감한 고양이가 된 것은 장점이지만, 단점을 찾아보자면 본인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한 기반인 엄마의 껌딱지가 되어버렸다는 점과, 집에서만 대장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용감무쌍한 토피는 제게있어서 조금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이 쓰여도 그렇게 놀라운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정말 놀라게 한 건 바로 코코였습니다. 가끔 다른 집에 탁묘를 가거나 탁묘를 받았을 때 엄청난 친화력을 보여주며 소위 "똥꼬 발랄"했었던 코코는, 점차 겁이 많아지고 소심해져서 병원이나 다른 집에 가면 토피 형아의 가방에 냅다 뛰어들어간 적도 많았습니다. 두 살이 다 되어가는 지금, 코코는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하고 조용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낚싯대조차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고양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코코는 저와 쇼파틈 사이로 손 집어넣으면 잡는 일종의 "두더지게임"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 게임과 토피와의 우다다를 제외하면 모든 장난감과 놀이를 무서운 탓인지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코코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저희 아파트에서 난로에 필터를 교체하는 날이라 지하에서 기술자분들이 왔다 갔다 하셨는데, 편히 숨으라고 싱크대 밑에서 코코를 찾아내 캣타워로 옮겨주자 몸을 최대한 만 채로 기둥 뒤에 머리를 숨겨서 덜덜 떨었습니다. 밥이라면 멀리서 자다가도 뛰어왔는데,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2시간이 지난 다음까지도 단식투쟁을 하며 캣타워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활발하고 발랄하던 고양이가 사람들의 상상에서나 존재하는 조용하고 겁 많고 얌전한 고양이가 되다니, 가끔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멀지 않았던 과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괴리감이 들곤 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성격도, 식성도, 크기도, 병력도 알 수가 없으니 유전이고 뽑기에 가깝다"라고 생각했고, 비슷한 점도 있으면서 다른 점도 많은 고양이 둘이서 잘 지내 주니 다행이다 정도밖에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매우 작은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부부들이 아기를 계획하고 낳고 기르는 모습을 요즈음 유난히 더 자주 보게 되고, 저희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2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인지 육아와 육묘를 종종 비교해 보게 되고, 그 속에서 나름 유사한 상황들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과 지갑과 정성으로 챙겨주고 관리하는 것은 육아와 육묘에 있어 당연한 부분이겠지만, 다른 어른 고양이로 자라난 토피와 코코를 보면서 문득 든 두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릴 때 영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어릴 때의 껍데기로 어떤 고양이가 될지 예상하지 말아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록 어릴 때에는 알 수 없다 해도 결국 스스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본성이 있는 것뿐이니, 시간이 흘러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할지언정 그 변화를 잘 받아주는 것이 나, 그리고 남편의 역할이 아닐까"이었습니다. 물론 육아는 하나의 "완전한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행복하고 건강한 고양이로 기르면 되는 육묘보다는 해야할 일도 많고 100배 이상 더 힘들겠지만요.
언젠가 저희 부부 또한 육아 육묘의 길을 시작하게 될 텐데, 그때까지는 알아가면서도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 육묘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맞춰주고, 때로는 힘겨루기도 하면서요.
다음번에는 고양이와 주인 사이에 "힘겨루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단식투쟁과 기미상궁들이 등장하는 토피의 [편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0180405
토피코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