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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G Aug 26. 2023

누가 엔지니어링을 이해해야 할까? feat.개발프로세스

플라스틱 제품/금형 개발 엔지니어와 협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

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PM(Project Manager)이라 부른다. 

 PM은 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고르게 알고 있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연차가 높은 사람이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 연차의 PM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업무적으로 바쁘다 보니 개발 관련 지식을 거의 모르는 채로 일정관리 역할만 간신히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렇다 보니 PM의 역량 중 일정관리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 현업에서는 PM의 제품개발 관련 전문지식 수준에 따라 최종 제품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개발 일정을 단축시키는 놀라운 경우도 많이 있다. 

일반적인 제품개발 프로세스


 또한, 조직의 규모에 따라서 PM과 디자이너, 제품개발 엔지니어, 생산담당, 품질담당 등 다양한 인원이 조직 내에 있어 협업을 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PM만 내부 사람이고, 디자인, 제품개발, 생산, 품질 모두를 외부업체에 외주를 줘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그래도 협조의 수준이 높고 다같이 조직의 목표를 향해 개발이 진행되겠지만(이상적인 경우), 외부업체와 일하는 후자의 경우라면, 각각의 업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발을 끌고 나가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한 사례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PM의 제품 개발관련 지식이 더욱 중요하다. 

이 모든 일을 회사 내에서 수행한다면 좋겠지만..


 디자이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주어진 제품 컨셉에 맞게 예쁘게 디자인을 해 놓아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디자인을 자꾸 수정해달라고 하거나, 일정이 넉넉해 보이는데 일정을 맞추려면 디자인을 변경해야 한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듣기도 한다. 더 심한 경우는 개발이 완료되어 실물을 받았는데,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른 형상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쉽게 예시사례를 준비했다. 화장품 용기 디자이너 A씨와 아동용품 마케터 C씨 이야기이다.


 사례1

 디자이너 A씨는 화장품 회사에서 용기 디자인을 하고 있다.

 A씨의 회사에는 마케터(PM)와 디자이너가 있고, 제품개발과 생산, 품질은 외부 ODM업체에 맡긴다. 지난주에 마케터로부터 신제품 컨셉을 브리프 받아 디자인을 완료했고, 주 거래업체인 ODM업체로 개발의뢰를 했다.

 일주일 후 ODM업체 개발담당 B씨가 설계도면이 완료됐다고 A씨의 회사로 방문을 했고, A씨는 도면이 디자인 형상과 잘 맞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하고 도면에 사인까지 했다. 금형 제작에는 한달이 소요된다고 해서 일정체크까지 해 두었다.

 한달 후 B씨에게 연락이 왔는데, 제작하고 시사출을 해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제품 외측에 구배가 적어서 취출이 안되네요, 외측에 구배를 추가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진행하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대충 눈치를 보니 문제가 생겼지만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하는 것 같다. 해결할 방법이 있다니까 뭐,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B 업체에서 샘플을 가져왔는데 제품 외관이 초기 디자인이랑 달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제품 출시일은 얼마 남지 않았고, 금형을 다시 제작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드는데다가, 책임소지도 애매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사례1의 디자이너 A씨는 꼼꼼하게 설계도면을 체크했고, 제작 일정까지 챙겼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ODM 업체의 B라는 개발담당의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우리는 아직 용어를 배우지 않아서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구배가 부족해서 취출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엔지니어 B씨와 디자이너 A씨는 그 부분을 서로 확인하지 못하고 수정을 진행해버린 것이다.

 물론 엔지니어 B씨가 미리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은 잘못이 있었지만, B씨는 바쁜 업무 탓에 A씨에게 전화로 설명을 했고, A씨가 알아들은 눈치여서 그렇게 진행했을 것이다.

 여기서 A씨가 ‘구배’, ‘취출’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사례2

 아동용품 회사에 다니고 있는 마케터 C씨는 플라스틱 소재의 캐릭터 장난감을 개발하려고 한다. C씨의 회사는 마케터 중심의 작은 회사이다.

 이번 개발 건은 회사에서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캐릭터 사업인 만큼, 해외 디자인 업체에 디자인 외주를 주고 예쁘게 캐릭터 디자인을 마쳤다.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든 C씨는 완료된 디자인을 국내 생산업체로 넘겨줬고, 두 달 후 첫 샘플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전 직원 모두 들떠 있었다. 그 동안 열심히 출시 준비를 마쳤고, 많은 비용을 들여 프로모션 행사 준비도 완료했다.

 두 달 후 드디어 기대하던 첫 샘플을 받았는데, 귀여운 동물 캐릭터 머리 한가운데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 자국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C씨는 열심히 준비한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고, 상사에게 꾸중도 들었지만,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출시준비를 해 놨기 때문에 그대로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사례의 C씨는 해외업체에 디자인 의뢰를 할 정도로 디자인에 정성을 쏟아서 생산업체로 넘겨줬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산업체는 빠르게 많이 생산을 해내면 본인들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에 유리한 게이트 위치를 선택했을 것이고, 일반적으로 많이 적용하는 사양이니 그냥 진행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물론 생산업체에서 꼼꼼하게 챙겨서 C씨에게 사전에 고지를 해줬더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겠지만, 개발관련 인력이 한 명 밖에 없는 작은 규모의 생산업체는 그럴 여력도 없었고, 심지어 본인들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마케터 C씨가 플라스틱 제품 개발 전 체크리스트를 알고 있었더라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위 사례와 같은 일들은 지금도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회사에 엔지니어가 있더라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생산업체나 엔지니어 능력의 문제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 업체는 본인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일을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경우 마케터, 디자이너에 비해 엔지니어 인력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은 수의 엔지니어에게 많은 업무가 몰리다 보면 A씨와 B씨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들은 엔지니어에게는 그저 빠르게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일 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엔지니어는 제품의 기능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적 관점에서의 보는 눈이 디자이너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개발 유관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엔지니어가 하고 있는 업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엔지니어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기본적인 지식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도 디자이너 A씨와 마케터 C씨가 기본적인 개발 용어와 체크리스트를 알고 있어, 미리 챙길 수 있었다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기초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마케터, 디자이너와 소통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제부터 진행 될 본격적인 이야기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위의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기초지식이라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강의를 진행하며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켜왔으니, 믿고 한번 따라와 보시라. 그럼 마음의 준비들 하시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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