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휴스턴 감독, 아서밀러 각본의 1961년 흑백영화에는 3명의 유명 배우가 출연하였다. 헐리우드의 제왕 클라크 게이블, 영원한 섹시심벌 마릴린 먼로, 젊은이의 양지의 몽고메리 클리프트. 그런데 이 영화는 게이블과 먼로의 유작이 되었고, 몽고메리 클리프트도 이 영화 개봉 후 5년만에 45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으니 3명의 주연 배우가 모두 수년 내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이 영화를 계기로 알게 된 클라크 게이블과 마릴린 먼로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 마릴린 먼로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채 고아원을 전전하며 성장하였는데, 7살때 먼로의 어머니가 남자 사진 한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사진 속 인물이 클라크 게이블을 닮았기에 먼로는 클라크 게이블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환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클라크 게이블을 보면서 그 환상을 더욱 키워가며 연기자의 꿈도 함께 키워나갔다고 한다.
클라크 게이블을 아버지의 이미지로 삼으며 성장한 마릴린 먼로
먼로는 1926년생, 클라크 게이블은 1901년생으로 게이블의 전성기는 30년대, 먼로는 50년대 중후반, 둘의 접점은 전혀 없었으나 먼로는 한 인터뷰에서 어릴 적 환상을 가졌던 아버지의 이미지가 클라크 게이블이었다는 것을 밝힌 적이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7년만의 외출>(1955) 이 성공하고, 축하 파티에서 먼로는 게이블을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게이블이 춤을 청해 함께 춤을 추었는데, 먼로는 환상 속의 아버지 같던 클라크 게이블을 실제 만나서 너무 놀랍고 기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래는 당시 춤을 추던 장면이 찍힌 사진이다.
먼로는 어릴 적 자신의 환상 속 아버지가 클라크 게이블이었다고 말한 인터뷰를 게이블이 읽었는지는 여부를 모른다고 했다. 여튼 이 날 파티에서 처음 만나고 춤까지 추었지만 그 후 1961년 영화 <The Misfits>(이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에서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침내 자신의 우상이었던 게이블과 영화에서 만나게 된 먼로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 영화는 이혼 과정 속에서 지칠대로 지쳐 있는 먼로가 우연히 쇠락해 가는 나이많은 카우보이 게이블을 만나며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먼로는 이 당시 이미 신경쇠약, 우울증 등에 많이 시달리고 있어서 영화 촬영 현장에 늦기가 일수였고,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다른 배우들과 스탭들이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한다. 네바다 사막에서 촬영된 이 영화의 감독과 스탭들은 술 마시고, 갬블링 하면서 먼로를 기다려야 했고, 촬영장에 늘 30분 전에 도착해있던 게이블도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당시 촬영장에는 먼로와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상태가 안 좋아서 의사가 24시간 상주하였다고 하니 분위기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영화 촬영이 끝나고..
클라크 게이블은 촬영이 끝나서 너무 행복하다, 마릴린 먼로 때문에 거의 심장마비 걸릴 뻔 했다..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 뉘앙스가 너무 힘들었다는 뜻인지좋았다는 뜻인지는 맥락을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스탭들이 먼로의 불성실에 대하여 많은 비난을 한 반면 클라크 게이블은 먼로를 두둔했으며, 먼로는 남자로 하여금 자부심을 생기게 하는 멋진 여자이다며 칭찬한 것으로 보아서는 무조건 부정적 의미만은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촬영 종료 직후 사망한 게이블과 게이블을 죽였다는 의심과 비난을 받은 먼로
그런데...놀랍게도,
촬영을 마치고 이틀 후에 클라크 게이블은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결국 촬영 종료 11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때 사람들은 먼로때문에 클라크 게이블이 죽었다는 비난을 많이 했다고 한다. 먼로가 촬영시 너무 불성실하여 사람들을 힘들게 하였고, 특히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던 클라크 게이블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클라크 게이블의 미망인은 게이블을 죽인 것은 극도의 긴장과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 등이었다고 말했는데이 인터뷰를 듣고 먼로가 엄청 화를 냈다고 한다.
아버지라고 꿈꾸며 우상으로 여겨왔던 클라크 게이블, 마침내 함께 영화를 했으나 영화가 끝나자 마자 게이블은 세상을 떠났으며 그뿐 아니라 게이블의 사망에 영향을 주었다는 공격까지 받았으니 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릴린 먼로는 클라크 게이블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틀 동안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울었다고 한다.
클라크 게이블이 사망하고 4개월 후에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가 유복자로 태어났고, 게이블 사망의 한 원인으로 의심받았던 먼로에게 게이블의 미망인은 아기의 세례식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으며 먼로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면서 클라크 게이블을 죽게 했다는 세간의 오해가 누그러졌다고 한다.
이런 스트리를 알고서 당시 두 배우의 사진들을보니 느낌이 참 달랐다.
먼로가 뒤돌아선 게이블의 팔을 잡고 웃는 것이 정말 아버지를 붙잡고 있는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래 사진도 뭔가 평온해 보인다...기분 탓이겠지...
아래 사진은 게이블의 촬영장 모습인데, 처음에는 그저 멋있어서 저장을 했었는데 이런 스토리를 접하고 보니 촬영장에서 너무 지쳐있는 게이블의 모습이 아닌가도 싶기도 하다. 게이블은 당시 건강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음에도 마지막에 수컷 야생마를 잡는 매우 거칠고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을 의사의 주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스턴트를 쓰지 않고 직접 했다고 한다.
게이블 사망 후 1년 9개월만에 먼로도 사망
극중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먼로에게 말한다.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당신 옆에 있는 게 영광이라고 느낄 만큼. 당신 때문에 눈이 부셔요. 그게 진짜 내 감정이오. 그런데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슬프게 하는 거죠? 당신은 내가 본 중 제일 슬픈 여자요.."
당시 마릴린과의 이혼 과정에 있었던 남편 아서 밀러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듯 쓴 대사이겠지만, 이 말을 아버지처럼, 우상으로 여겼던 클라크 게이블로부터 들으면서 기분이 어땠을까..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상담사에게 "클라크 게이블은 내게 너무나 잘해 주었는데 나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나는 남편 아서 문제와 몸이 아파 촬영을 여러번 지체 시키곤 했는데 존 휴스턴 감독이 내게 혹독하게 굴때마다 클라크가 나를 보호해 주었다" 고 말했다.
존 휴스턴 감독은 이 영화로 클라크 게이블, 마릴린 먼로 모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될 것이라고 했지만 영화는 상업적 실패를 하였고, 노미네이트 되지도 않았다. 이 영화 촬영 직후 십여일 만에 게이블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영화의 개봉도 보지 못했으며, 마릴린 먼로 역시 이 영화를 끝으로 1년 반 쯤 지나 자살이냐 타살이냐로 여전히 논란이 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먼로: 어둠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게이블: 커다란 별을 따라 똑바로 가는 거지, 하늘 아래쭉 뻗어 있는 길이 우리를 집으로 바로 안내해 줄거야.
R.I.P 클라크 게이블, 마릴린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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