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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의볕 Jul 14. 2022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영화 <컨택트>를 보고

영화가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컨택트>를 논할 땐. <컨택트>는 "문명의 기반은 언어가 아니라 과학이다"라는 주장에 강한 펀치를 날리며, 됐고 아직은 서로 말하고, 듣고, 사랑할 때야 하고 손을 맞잡는 영화다. 이 영화의 그런 무지막지한 판타지가 좋았다. 에이미 아담스의 서늘하고도 따뜻한 목소리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어서 이 영화와 더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외계 생명체와의 대면




여러모로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다. 헵타포드어를 배운 후 그들처럼 미래와 현재가 나란히 놓인 삶을 살게 된 루이스는 몇 차례 혼란을 겪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다시 중심을 잡는데, 그 과정이 매우 아름답게 그려졌다. 현재의 틈 사이로 파편처럼 박힌 미래-한나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 시답잖은 농담, 다툼, 파란 병실에 누워있는 한나의 모습-는 루이스가 헵타포드와 물리적으로 맞닿고 마치 세례의 찰나처럼 그들의 언어를 이식받은 순간 현재와 동등한 지위를 얻는다. 루이스는 한나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종종 꿈을 꾸다 새벽에 깬다. 나는 슬프고 괴로운 꿈을 자주 꾼다. 꿈 속에서 통증을 느끼고 불현듯 깨어나는데 그 순간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서 나는 자주 혼동한다. 꿈에서 느꼈던 슬픔과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가끔 침대에 누워 엉엉 운다. 사실 말짱한 머리로 되짚어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에 그다지 슬프지도 않아서,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울었지, 싶다. 이 멋쩍은 경험이 얼마나 연관있을까 싶지만, 겪었으나 겪었다고 볼 수 없는 기억에 깊이 몰입해 기꺼운 마음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루이스를 이것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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