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뜨면 끝나는 한낮의 해프닝
블랙 미러 시즌5의 두 번째 이야기. 스미더린.
지금은 SNS가 없으면 미래가 없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6070대를 강타하고 있는 유튜브까지. 아날로그는 기억하기 위함이고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린 현재 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면이 이번 블랙 미러 두 번째 이야기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자 아직 기억하는 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묘하게 보여줬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한 택시 기사의 이유 모를 납치와 스미더린의 사장과 통화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범죄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전에 잠깐 상실의 모임에서 만난 여자가 자신의 딸이 자살을 했지만 이유를 모르겠다며, SNS 비번을 알려달라 운영자에게 요청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거절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스미더린의 인턴 직원을 납치한 주인공은 당장 사장과 통화 연결해주지 않으면 직원을 죽이겠다 협박하고 위기감을 고조로 끌어올린다.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10일 무언 수행에 들어간 사장에게 이 사실을 최대한 알리지 않기 위해 시간을 벌어보려 하지만 결국 6일째 무언 수행 중인 사장에게 보고가 들어간다.
Fuck! 첫마디 외친 사장은 주인공과 극적으로 통화 연결이 되고, 주인공은 우리가 거의 한 시간 동안 궁금했던 이 상황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닥치고 듣기나 하라는 주인공의 말로 사장은 그의 얘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다. 당신네 회사가 만든 어플 때문에 내 약혼자가 죽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음주음전 차량을 볼 수 없었다. 내가 그 망할 스미더린 어플만 아주 잠깐만 보지 않았어도. 내가 올린 사진에 누군가 누른 좋아요를 보지만 않았어도. 내 약혼자는 살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을 한다. 그것을 듣고 있는 스미더린 사장은 안타까움을 비친다.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앱 특정상 점점 중독되도록 설계되었고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라고 중얼거리던 주인공이 권총 자살을 하려고 하자 뒷좌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인턴 직원이 막으려 들고 그 장면을 멀리서 저격하고 있던 경찰은 주인공을 죽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모두들 사건을 해결했고, 그가 전화로 말한 아픔이 엔딩 그레딧과 함께 허무하게 둥둥 떠다닌다. 사건 종결. 그리고 다시 묵언 수행에 들어가고 눈을 감는 스미더린의 얼굴 클로즈업.
이번 블랙 미러의 세 에피소드를 봤지만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그 사람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드라마 초반, 자살한 딸의 계정에 들어가 보고 싶어 하는 그 부인에게 비번을 알려주라는 것이다. 가깝고 어설픈 미래가 더 두려워지고 슬픈 이유는 이렇게 몇 안 되는 깊은 인간미를 지닌 사람들이 더욱 외로워지고 하대 당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에 수도 없이, 의미 없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SNS들. 이미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이제 흔한 사고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에 나는 깊이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