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
영화 꿈의 제인 마지막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어쩌다 한 번 이렇게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내가 그를 이토록 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불행과 외로운 순간에 곁에 있어주진 못했지만 그 감정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 세상에 혼자 떨어져 이겨내야 할 짐들을
마주하고 있는 지독한 인내를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나는 내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에서 오는 감정.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 지독함을 견딘 사람이라면 날 버리지 않을 테니깐
인간이라면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가장 잘 아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