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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Apr 21. 2022

왜 이렇게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지?

반면교사

첫 학원을 운영하면서 매 기수별로 수료식 날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원에서 배웠던 과정들의 만족도와 시설이나 교강사분들의 만족도 또한 포함된다.

많은 수료생님들이 여러 군데 교육을 받아봤지만, 이렇게 알차고 재미있고 열성적으로 가르쳐주는 학원은 처음이라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늘 수업이 지겹진 않을까, 불필요한 부분을 가르쳐고 있는 건 아닐까, 난이도는 괜찮을까 여러 방면에서 걱정하고 있는 내게 그런 응원들은 너무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늘 나오는 이야기....'학원이 너무 좁다'였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정말 난감했다.

기존 학원의 계약기간도 아직 남아있고, 교육청과 고용노동부 두 곳 다 만족할 만한 학원시설을 좁은 공간에서 짜내기 위해, 강의와 실습 겸용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좁은 공간이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만만치 않게 들어갔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 훈련생 모집이 꾸준히 잘될 거라는 보장도 없이 무턱대로 넓은 것으로 이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처음엔 코로나가 시작된 시기와 학원 시작 시점이 비슷했기 때문에 처음엔 훈련생 모집이 되지 않을까 너무 많이 걱정했었고, 10명 남짓한 훈련생이 수업을 받기에는 충분하게 느껴졌다.

학원 공간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정원을 24명까지 받아놓고는 있었지만 15명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은데, 웬걸~ 2기 모집부터 전화 문의도 넘쳐나고 계속해서 정원이 20명이 넘게 모집이 되었다.

그렇게 몇 기수를 유지하다 보니 좁다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기도 했고, 새로운 과정 편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이곳에서는 계속해서 학원을 유지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 정도로만 훈련생이 유지된다면 대출을 받더라도 조금씩 갚으며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년 정도 월세 계약을 늘리려다가 그냥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마침 기존의 학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로변에 위치한 괜찮은 곳을 소개받았다..

근처의 건물 중에는 제일 깨끗했고, 코로나 기간이라 근처에 빈 점포가 너무 많았기에 괜찮은 가격으로 나와있는 곳이라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4층, 5층을 포함해서 140평이라는 큰 평수였지만, 너무 좁은 학원에 코딱지 같은 사무실에서 인증평가를 하러 온 교수님들이 앉을 공간이 없어 서성거리던 민망한 상황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이건 운명이라며 홀린 듯이 계약을 마쳤다.


그때만 해도 행정직원도 없이 언니와 내가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를 도맡아 했고, 인테리어 과정까지 신경 쓰다 보니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늘 느꼈던 거지만, 인테리어는 마감기한을 거의 못 지킨다.

여러 번 당부했지만 역시나 우리 학원 인테리어 일정도 거의 보름이 지체되어 기존에 잡혀 있던 수업을 실시하지 못해서 고용노동부 쪽에 수업 딜레이를 두 번이나 신청해야만 했다.

기존 일정대로 수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훈련생들이 수강취소를 하는 분들도 계셔서 그것만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학원의 이미지 실추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테리어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기존의 공간이 독서실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칸칸이 나뉜 공간을 모두 뜯어내고 인테리어를 해야 하다 보니 철거작업부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그 이외에 바닥작업, 인포메이션 공사, 조명, 목공 공사, 냉온풍기 설치 모든 부분에서 원래 계획안대로 인테리어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해서 작업이 더디게 이루어졌고, 책상, 사무실 집기 구매, 인터넷 설치부터 정수기 설치 같은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한 번에 끝나는 법이 없었다.

이상하게 일정은 꼬이고, 두 번 세 번 확인을 해야 그제야 하나가 완성되는 식이었다.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다 완성된 학원에 교육청 직원이 현장에 나와 건축법상 복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해서 다 끝난 인테리어를 뒤엎고 중간에 흉물스러운 복도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수업 시작일이 코앞이라 급하게 마무리했고, 고용노동부에 현장답사를 신청했더니, 이번에는 줄눈 실습장이 크기가 맞지 않다며 실습장과 사무실을 다 뜯어내고 크게 만들라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말 어이없는 상황들이었고, 줄눈은 비교과 과목이라 학원 내에서 실습이 안 이루어져도 상관없고 비교 기준도조차 없기 때문에 실습장이 없어도 됐었지만, 그때는 담당 주무관의 한마디에 학원 오픈이 결정되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매일매일을 마음을 졸이면서 보냈다.


결국 이론교육실 바닥에 타일을 깔아서 실습실 겸 강의실 겸용으로 하면 되지 않냐 설득해서 그렇게 인가를 받긴 했지만, 몇 센티 크기 차이로 생각지도 못했던 몇백의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집기를 다 넣고 마지막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정말 웬만하면 앞으로는 학원 이전은 못하겠다고 느꼈다.

솔직히 너무 많은 일들이 꼬이니까 '이 터가 우리랑 맞지 않는 건가'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이사를 하고, 교육청, 고용노동부 관련 행정시스템들을 다 마무리 짓고 겨우겨우 첫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계획이 자꾸 번복되면서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 조급증만 내다보니 스스로 빠뜨린 부분도 많았고,  교육청과 고용노동부 두 곳 다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학원이나 교습소의 인테리어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인테리어를 들어갔어야 했었는데 시작부터 꼬일 수밖에 없는 공사였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학원을 여러 군데 해 봤다고 호언한 인테리어 업자가 이런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고 인테리어를 진행했나 원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챙기지 못한 부분이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화되기까지 거의 한 달이 더 걸린 동안, 모든 부분에서 한 번에 진행되지 않아서 무엇이 잘못된 부분인지를 너무 크게 깨닫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렁뚱땅 진행했지만, 운이 좋아서 그냥 넘어갔다면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후에 또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이 모든 난관들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철저히 경험주의자인 내가 좋아하는 '반면교사'라는 단어처럼.

뭐든 그랬던 것 같다.

좋은 건 좋은 대로 좋았지만,

돌이켜보면 안 좋았던 것, 잘못했던 것,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게 되었었다.


그렇게 지금도 나는 어설프고 또 어설프지만 잘못된 부분을 통해서 조금씩 더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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