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잠재워 파도를 멈추다

by 송창록

“어린 왕자”를 다시 제대로 된 번역서로 꼭 다시 읽어보십시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특히 40-50대인데 아직도 청년인 줄 알고 있는 분들은.


불교의 유식론에서는 마음(심)과 의식(의)과 인식(식)을 구분하여 이해합니다. 마음을 얻는다는 말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관계를 얻는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합니다. 마음은 자기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생각은 외부의 정보와 감각에 대해 내가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낸다”고 말하고 “생각은 든다”고 말합니다. 굳이 불법 용어로 말하면, 마음은 열반이고 생각은 번뇌입니다. 마음으로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옳은 일은 옳다고 하고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이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한 생각을 잘 하면서 살아야 사람입니다.


마음은 사람만이 갖고 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타인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다스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우리에게 보이고 마음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있는데 말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파도가 넘칠 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 않고 파도가 잠들 때까지 기다립니다. 타인의 마음을 얻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이라는 파도가 잠들 때까지.


신광은 달마대사가 선정에 든 굴 밖에 서서 꼼짝도 않고 밤을 지샜다. 새벽이 되자 눈이 무릎이 넘도록 쌓였고, 달마대사는 그때까지도 꼼짝 않고 눈 속에 서 있는 신광을 보았다.
"네가 눈 속에서 그토록 오래 서 있으니, 무엇을 구하고자 함이냐?"
"바라건대 스님께서는 감로(甘露)의 문을 여시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해 주소서."
"부처님의 위없는 도는 오랜 겁 동안을 부지런히 정진하며,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능히 참아야 얻을 수 있다. 그러하거늘 너는 아주 작은 공덕과 하잘 것 없는 지혜와 경솔하고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참다운 법을 바라는가?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달마대사의 이 말씀을 듣더니 신광은 홀연히 칼을 뽑아 자기의 왼쪽 팔을 잘랐다. 그러자 때아닌 파초가 피어나 잘라진 팔을 고이 받히는 것이었다. 신광의 구도심이 이처럼 열렬함을 본 달마대사는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들이 처음에 도를 구할 때에는 법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잊었다. 네가 지금 팔을 잘라 내 앞에 내놓으니 이제 구함을 얻을 것이다."
달마대사는 신광에게 혜가(慧可)라는 새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러자 혜가의 왼팔이 다시 본디의 자리로 가 붙었다.
"부처님의 법인(法印: 진리의 요체)을 들려주소서."
"부처님의 법인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니라."
"제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스님께서 편안하게 하여 주소서."
"불안한 네 마음을 여기에 가져오너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 주겠다."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내 이미 너를 편안케 하였느니라."
이 말 끝에 혜가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마음은 구하거나 얻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부처님의 법인입니다. 모든 중생이 본디 부처님이라는 뜻입니다.

2016년 7월 11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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