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

by 송창록

우리가 택한 길은 경로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은 신념에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찾아낸 눈에 보이는 방안입니다. 일은 외형이고, 근원은 삶의 목적입니다.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의 문학 소년이 공대생이 되겠다고 작심한 것은 이과에 체질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시나 수필이나 소설로 인류의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인류가 누릴 삶을 진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Chip 안에서 우주를 느끼며, Chip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루고,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지 못하고 불량으로 떨어지는 Chip을 애틋하게 느낍니다.


소년은 지금 수율을 하고 있습니다. 소년과 동료들이 살려 낸 Chip은 세계 곳곳의 전자기기 속으로 들어가서 백과사전이 되고 게임이 되고 눈이 먼 사람에게 소리가 됩니다. Chip은 인류가 축적한 지적 자산을 손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지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지식은 더 이상 권력이 되지 못합니다. 지식은 인류 공동의 재화로서 함께 쓰는 도구입니다.


자기가 엑세스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지 알고자 하면 못 알아낼 것이 없는 세상입니다. 인류의 Communication은 지구 표면 전체를 일순간에 커버하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인류가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Network을 창조합니다.


영월 산골 소년은 문학을 포기한 걸까요. 도구와 경로가 바뀌었을 뿐, 영월 산골 소년은 지금도 문학을 합니다. 반도체 Process Integration라는 종이 위에 수율이라는 펜으로 오늘도 문학을 합니다.


여러분은 이 일을 왜 합니까?

2014년 12월 10일 독서통신

작가의 이전글저항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