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생명 Jul 07. 2024

도심정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 버렸을 도심정원

 한 달에 한 번씩 남편의 눈 치료를 위해 대구에 있는 안과전문병원을 다닌다.

 여느 날처럼 주차혼잡을 피하기 위해 예약시간 보다 한 시간 빠르게 집을 나섰다. 진료차 나서는 길이지만 집을 벗어나는 건 늘 설렘이다.

  초록초록한 풍경들에 눈이 맑아지고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탁 트인다.


 주차를 하고 접수를 해도 진료시간 까지는 40여분 가량 여유가 있다. 시원한 음료수 생각이 나서 1층에 있는 카페를 들렀지만 마땅히 끌리는 메뉴가 없어 그냥 나와 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정문으로 나와 봤지만 카페는커녕 그 흔한 분식집도 하나 없다

매발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생화

 이번에는 병원 뒷문으로 향했다. 작은 식당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식당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화살표를 따라 돌아가니 한눈에 봐도 엄청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었고 잘 가꿔진 정원은 다양한 꽃들이 각자의 예쁨을 뽐내고 있었다.


 별채처럼 보이는 떨어진 곳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식사메뉴도 두서너 가지로 단출했고 차도 같이 팔았는데 유자차 외에 다른 한 가지가 전부였다. 유자차를 주문하고 다시 정원으로 나왔다. 철쭉을 제외한 다른 꽃들은 처음 보는 꽃들이어서 내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4면이

병원건물 꽉 막힌 이런 곳에서 이다지도 예쁜 풍경을 맞이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듯 기쁘고 행복했다.

 주문한 차를 들고 사장님이 정원으로 나오셨다.

1945년쯤 지어진 집인데 고쳐가면서 살고 계시다고 하셨다. 이름 모를 꽃들에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는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사장님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따뜻한 차 한잔과 꽃내음이 가득한 정원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꽃향기에

취해 있다가 사장님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 한 복판에서 이 집을 지켜내기가 결코 쉬운 게 아니었을 텐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압박과 강요가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걸 견뎌내고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자리 잡은 이 정원에서 온갖 이름 모를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그날은 아무나 받지 못할 큰 선물이었다.

앙증맞고 귀여운 이 꽃의 이름은...잊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