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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생명
Jul 28. 2024
아무것도..
올 봄에 들어온 구절초
올봄에 아주 예쁜 선물을 받았다.
하얀 꽃잎과 빨간 수술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꽃이다. 꽃화분이 하나씩 늘어날 때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충만함, 화사함, 싱그러움 등 세상의 예쁜 말들은 다 가져다 놓아도 모자랄 것 같다.
구절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내 일상을 싱그럽게 만들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꽃을 바라보며 기쁨에 젖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꽃이 잘 피지를 않았다. 봉오리는 맺히는데 활짝 피질 못했다. 물이 많이 준 건가 싶어 물을 좀 적게 주기도 하고 아니면 물이 모자라나 싶어서 물을 넉넉하게도 줘 봤는데 여전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벌레로 가득찬 구절초
어느 날인가부터는 잎이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레가 가득했다.
많은 화분을 키운 건 아니지만 10여 년간 화분을 키우면서 벌레가 생긴 적은 없어서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영양제를 꽂아주고 하루하루 지켜보았지만 나이질 기미는 보이질 않았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약을 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약은 벌레만 죽이지 않았다
꽃집에서 약을 사다가 뿌렸고 며칠이 지나자 약을 뿌린 곳에 꽃잎까지 말라 버렸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냥 시간이 지나 괜찮을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나 하는 후회와 성급하게 약을 쳐버린 나를 꾸짖었다.
사람도 아프면 아플 기회를 줘야 한다. 조금만 아파도 약을 먹으면 몸은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한다. 하물며 식물인데 그 독한 약을 견딜 수 있었을까.
다행이라는 말이 옳은 말은 아니지만 약을 치지 않은 쪽의 잎들은 괜찮은 것 같다. 이 시기를 잘 견뎌줘서 반쪽짜리 구절초라도 남아 주기를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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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들꽃을 사랑하며 책읽기와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겨울 한파를 녹이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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