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결혼에 대한 환상만으로 결혼에 임했던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고 첫 아이를 낳고 보니 육아 또한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이는 병원에서 손을 탄 탓인지 낮잠을 한 시간도 채 자지 않아서 남편이 퇴근을 하기 전까진 집안일은 손댈 수도 없었다.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읽기와 쓰기를 그만두기 시작했던 게. 육아와 살림만으로도 힘에 부친데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는 건 틀리 없는 사치임에 분명했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 오늘과 다름없이 내일이. 그렇게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어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어떤 책도 읽지 않고 일 기 한 장 쓰지 않았던 그 시간이 나에겐 힘겹고도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읽기와 쓰기는 단순한 하나의 취미가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숨구멍이었음을.
나의 슬픔을, 나의 기쁨을 책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쉴 수 있음을.
살다 보면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게 된다. 그러다 그걸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한 권의 책이 날 위로해 주었고 한없이 쓸쓸할 땐 한 통의 편지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나를 붙들어 주고 있는 목숨줄과 같은 읽기와 쓰기를 한 낮 소모품 취급한 죄. 그 벌을 받는 동안
마음은 지옥이었지만 그 벌 받음으로 내 삶의 소중한 벗은 읽기와 쓰기임을 온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고 그 깨달음으로 지금의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