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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Sep 08. 2024

여름앓이



단양 도담삼봉에서 잠깐이나마 더위를 잊었다

 

 나는 지금 3주째 목감기를 앓고 있다.

살을 에이는 한겨울에도 걸리지 않는 감기는

매해 여름마다 나를 찾아온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온열질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가축이며 물고기까지 그 누구도 더위를 피할 수는 없었다.

 더위를 피해서 떠난 여름휴가엔 태양을 피하기 바빴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지만 더위는 당할 수가 없었다.


 십여 년 전쯤 반찬가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총각김치를 담그려고 총각무를 사 가지고 왔는데

잎이 무르고 벌레도 많이 나왔다. 예전에 나라면 싱싱하지 못한 알타리를 보고 짜증을 냈을 텐데

그날은 이렇게라도 버텨준 알타리가 고맙고 기특하고 안 쓰럽기까지 했다.


'너도 이렇게 여름앓이를 하는구나'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진이 빠지지는 않는다.

춥다고 입맛이 가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올해 같은 폭염엔 입맛도 가시고 그야말로 기진맥진이다.


더위를 피하는 젤 간단한 방법은 냉방용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냉방용품에 약하다. 아니 그것들이 풍기는 바람에 약하다. 목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바람을 쐬지 않으려고 선풍기를 껐다가 땀이 비 오듯이 올 상황이 되어서야 다시 켜곤 한다.

상황이 이러니 운동은 꿈도 꿀 수 없고 땀을 이렇게 흘리니 몸이 축 날 수밖에.


 그리고 여름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

모기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벌레들이 그것이다.

집 앞이 산이라 이름 모를 새소리에 잠을 깨는 행복을 누리고 있지만 집이 4층이라 벌레들의 방문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나쁜 거에 나쁜 거만 더해지는 여름.

 

 그래도 이 여름을 견딜 수 있는 건, 이 여름이 가고 돌아올 가을이 있기 때문이다.

 눈앞을 가득 채울 황금들판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다채로운 단풍들까지.

 어쩌면 가을은 여름을 잘 견딘 우리들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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