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마지막 방학을 앞두고 있던 딸아이의 거취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딸아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서울에서 머물기를 원하고 있었고 방학을 며칠 앞두지 않은 상태라 집을 급하게 구해야 해서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딸아이의 알바 문제로 월요일밖에 시간이 나질 않아서 일요일에 올라가 월요일에 집을 보기로 했다.
일요일에 도착하고 보니 마땅히 할 것이 없었고 근처 구경을 하다 딸아이와 아들이 카페는 아니지만 개와 고양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리로 향했다.
그곳에 들어서니 어린 강아지부터 대형견까지 아기고양이부터 커다란 고양이들이 가득했다.
그곳에 규칙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나 제일 중요한 규칙은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다 보니 떨어뜨리면 아이들이 위험하니 바닥에 앉아서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정스러워 보이는 커플들도 있었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보였는데 내 시선이 자꾸 머물렀던 건 아이들만 셋이서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모르긴 해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잠깐 맡기고 볼
일을 보러 간 듯했다.
그 아이들 중엔 2~3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과 예닐곱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 한 명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어린 강아지를 옷으로 너무 꽁꽁 싸매서 혹시라도 강아지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는 서서 강아지를 안고 다니다 떨어뜨리기까지 해서 나는 심히 불안해졌다. 직원들이 있었으나 세심하게 보살피지 않아 보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아이를 불러 조용히 타일렀다.
강아지를 너무 싸매면 답답해하니 조금만 느슨하게 해 주고 떨어지면 위험하니 앉아서 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 순간 아이는 내 말보다 내 손을 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손이 왜 그래요? 다쳤어요?"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사고로 다쳤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어떻게 다쳤냐고 물어보았고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한 마디를 덧 붙였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요"라고
순간 나는 화가 난 것도 같았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휩싸였다.
같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딸아이는 그 아이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했다.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이 상황을 지켜보던 2학년 아이는 그저 말을 잃었는데 어쩌면 아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인데 어떻게 아이가 저렇게 무례할 수 있을까 정말 아이다운 순수함이라곤 없구나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종종 마주 할 텐데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곳을 나오고 나서도 딸아이랑 나는 무례한 그 아이 때문에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그 기억은 계속 날 힘들게 했는데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못났구나 싶었다.
그저 아이는 궁금했던 것이고 그래서 물어본 것뿐이며 오히려 나를 생각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배려를 한 것이었는데 삐뚤어진 내 마음이 그 마음이 잣대로 아이를 판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희망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생각에 생각을 더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