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니 Jul 18. 2020

다시 시작하는 중입니다 #1화

예고 없이 찾아온 생명

오지 않을 것 같던 2020년이 왔다.

2020이라니 이런 비현실적인 숫자.


만화 원더 키디를 보고자란 세대인 나는 우주복을 입고 1인용 우주선을 타고 다니며 레이저빔 총을 쏘는 장면이 꽤나 뇌리에 박힌탓인지 그 숫자의 해는 도무지 오지 않을 거라 믿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추억의 만화



다행히 지구는 핵전쟁(?)도 없고, 멸망도 하지 않았다. (현재 기준으론 코로나 19에 온 지구가 들썩이긴 하나 그래도 감사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


개인적으로 올해는 좀 특별하게 지낼 기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직업인으로서 역량을 좀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조직 내에서 시스템 사용자 교육을 하는 강사로 활동하며 전문적인 지식도 쌓고, 성취감도 맛보고 싶었다.

그와 더불어 함께 활동하며 만나게 될 다른 강사님들과의 소통도 기대요인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는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차오르는 회의감 속에서 회피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알에서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직장생활을 할 자신감이 생겼다.


2월 초까지 2번의 강의를 나갔다.

이대로 나간다면 승진에도 좋은 영향이 있겠지 하는 기대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편한 옷을 주로 입어 캐주얼이 대부분이었는데 갖춰 입어야 하니 정장도 여러 벌 사야 했다.


나 스스로 이런 변화들이 모두 반갑고 설레고...

그야말로 좋았다.


2번째 강의를 하던 날에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마이크 잡는 것에 크게 부담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강의장소가 친정과 가까워 부모님과 점심식사를 하는데 자꾸 속이 메스꺼워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서야 했다. 긴장한 탓이라고 여겼지 징조(?) 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전혀.


며칠 후 문득 일주일 넘게 아랫배가 싸하게 아팠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월경증후군일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아닐 거야' 하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에 퇴근한 남편이 들어왔다.

나는 잠시 후 문을 열고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듯이 남편을 불렀다.


"여보!!!"


 역시 직감 나보다. 서있던 그 자리에 얼음이 되었다.

우리는 10초간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거실엔 10살 아들, 8살 딸이 있었다.

이제 좀 자유로워진 삶을 누리고 싶었던 나는 이제 어떡하나....


2020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지만

당장 '나의 미래'는 망한 것 같았다.



-

셋째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임신 #직장맘 #다둥이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