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카페음악일기] STONE

by 도쿄다반사



[東京] STONE (유락쵸)

[珈琲] 아이스커피

[音楽] Donald Byrd / Byrd In Flight (1960, BLUE NOTE)




한창 일본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유락쵸(有楽町)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꼭 들렸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한국계 은행의 도쿄 지점이 있던 곳이라 매달 생활비를 인출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던 장소였어요.


그때는 신주쿠구 나카이(中井)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던 시절이라 은행까지 가려면 오치아이(落合)에서 토우자이센(東西線)을 타고 오오테마치(大手町)까지 간 후에 마루노우치(丸の内)의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유락쵸까지 갔었습니다.


은행에서 한달 생활비를 인출한 후에는 저에게 주는 선물로 JR유락쵸역 선로 밑에 자리잡은 서서 먹는 야끼소바 집에 가서 야끼소바를 먹고는 했어요. 샐러리맨 들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조금은 북적거리는 작은 가게에 AM라디오의 노이즈와 함께 들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의 야구 경기를 예쁘게 물드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듣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아, 도쿄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퇴근 시간 러쉬에 맞춰서 집으로 돌아갈때는 항상 오래된 재즈를 들으면서 마루노우치 길이나 코우쿄(皇居) 길을 걸었어요.


그런 이유인지 아직까지도 저는 이 길을 좋아합니다. 바로 근처의 긴자 대로는 ‘생활’의 의미가 사라지고 ‘관광지’의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가 있어서인지 특별한 볼일이 없는한 산책으로 간 적은 별로 없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난 후에 가끔 도쿄로 출장을 갔어도 자주 들리지 못했던 이 곳을 오랜만에 다시 가게 된 것은 유락쵸역 바로 맞은편 ‘유락쵸 빌딩’에 있는 STONE 이라는 킷사텐을 소개받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STONE 입구

1966년, 유락초 빌딩과 함께 오픈한 이 곳은 특이한 내부 구조로 오픈 당시부터 건축 잡지 등에 자주 소개된 유락쵸의 숨겨진 명소라고 해요. 이 근방은 과거 도쿄올림픽이 열린 전후로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 곳도 그런 건물 중 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면 오랜 기간동안 배어든 담배 연기가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내부 벽면의 풍취와 함께 1960년대에 유행한 하드밥 선율이 흐르고 있습니다. 주인 노부부의 주문을 넣는 적절한 리듬감도 매장 안을 흐르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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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내부


조금 더 미리 알았다면 야키소바를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신 후에 1960년대의 도널드 버드를 들으며 운치 있는 저녁의 마루노우치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아쉽게도 야키소바 집은 유락쵸역 개발과 함께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이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재개발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야키소바 집은 사라졌지만 여기는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도널드 버드를 제대로 만끽하면서 들을 수 있는 풍경이라서요.



[東京] STONE (유락쵸)

[珈琲] 아이스커피

[音楽] Donald Byrd / Byrd In Flight (1960, BLUE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