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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효니 Nov 05. 2016

가슴 뛰게 좋아하는 일이, 내 일이 되는 순간.

AneCan 독자모델, 그리고 로레알 디지털 마케터로 활약 중인 키타씨.

애용하던 파운데이션이 떨어졌기에, 오랜만에 백화점의 화장품 코너에 다녀왔다.

어느 층보다 조명이 밝은 이 곳은, 마치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여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소다.


오늘 하루는 기분이 별로 인 날이다.

하던 일이 잘 안 돼서 상사에게 혼났다.

혹은 남자 친구와 별것 아닌 일 때문에 다퉜다.

휴식 시간에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본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괜히 기분이 축 쳐진다.


아, 화장품 사러 가야겠다.

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환한 거울 앞에 섰을 때, 괜스레 자신감이 붙는다.


여자에게 있어서 화장이란,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는 오늘이라도 나를 빛나게 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강력한 갑옷인 것 같다.


지난여름, 세상에 모든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 어릴 때부터 꿈꿔 왔던 그 일에 푹 빠져 사는 멋진 여성과 만나고 왔다.



부드러운 京都弁(교토 방언)을 구사하는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처음 화장을 시작했던 중학생 때부터 화장품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매주 발매되는 신상품을 구입해서는 인기 쿠치코미 사이트(이용 유저가 직접 후기를 쓰는 사이트) @Cosme에 후기를 쓰는 것이 취미였다.

장래에는 미용 라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 생활을 마친 후 입사한 곳은 광고 대행사였다.

화장품 광고 관련된 일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입사 후 처음 한 일은, 신문 지면 중개업무였다.

희망대로 담당하게 된 상품은 화장품이었다.



졸업 후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영업으로 스타트하거든요.
영업이 아닌 마케팅 일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택한 광고 대행사였죠.



그러나 모든 일이 꿈만 같지는 않았다.



입사한 지 4년쯤 지났을 때일까요.
가슴속에 뭉글뭉글 막연한 답답함 같은 게 생겼어요.


수년간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그녀는 화장품 이외의 여러 일을 경험했다.

그러나, 광고 대행사는 남성 사회. 그녀가 눈 앞에 처했던 현실은.



오사카에는 키타신치(北新地)라는 곳이 있어요.
도쿄에 비하자면 긴자(銀座)와 같은 곳이죠.

아무리 열심히 이 일을 해도,
클라이언트의 광고 예산을 결정하는 장소는 키타신치의 접대 자리였어요.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죠.



무언가를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모색하던 때였다.



모 잡지의 웹사이트에서 미용 라이터 겸 독자 블로거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운 좋게, Anecan의 독자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어릴 때 중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교토의 작은 마을로 돌아왔을 때, 다른 교토 친구들과 나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했다.

일본인 학교에서 같이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도쿄에서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도쿄에 상경(上京)하고 싶다는 동경이 가슴 한 구석이 있었다.


Anecan에서의 독자모델 활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도쿄에서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이 가득 생겼죠.
덕분에, '상경(上京)하자' 라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도쿄에, 꿈에 그리던 화장품 회사


광고대행사에서 인터넷 광고 운영 일을 한 것이 평가를 받아, 로레알 재팬의 모제품 디지털 마케팅 책임자로 입사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 내 일이 된다는 가슴 떨리는 순간, 상상이 되세요?
매일매일이 너무 즐거워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화장품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술이 반짝반짝 빛났다.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는 면에서 힘들 때도 있고, 스스로 모든 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면에서 스트레스도 있다고 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손에 넣은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고민만 하던 스물일곱의 제게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일 위에 뚜껑을 덮지 말고, 한 발짝 밖으로 나서라고.


일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던 그때,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기 시작했다.

결혼이라는 수단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대로 결혼을 해도 행복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먼저 나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자신 있다.

거울 앞에 서도 당당하고, 빛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이라면,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수줍은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고민만 하지 말고, 뚜껑을 덮지 말고, 어떤 일이라도 괜찮아,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변화시켜 보자.


그것이 내일의 당신이 꿈꾸던 미래를 가깝게 해 줄지도 모른다.





독자모델로 활동하면서 여러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고,
일에 있어서도 참고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은 소셜 미디어 영향력이 큰 친구들이 많아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할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죠.

그녀가 택한 작은 도전이, 훗날 꿈꾸던 일에 도움을 주게 될지 그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작게 시도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좋은 길을 마련해 준다는 꿈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작은 기적과 만나게 되는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택한 작은 용기와, 변화로 인해.


로레알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으로써 양로원에 방문하고 있어요.
할머니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드리면, 금세 얼굴이 환해지시죠.

여성이 아름답고 싶다 바라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불변(不変)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화장품에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실현해 주는 힘이 있지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의미가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오늘도 그녀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의 빛나는 하루를 위해 일한다.




Brunch.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Naver blog.

소통위주의 블로그.

결혼식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이기에, 요즘은 한일 부부 포스팅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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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일본어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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