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남매이야기01
아이는 초1, 만 6세다.
일본은 초등학생은 하루 5시간 수업을 한다. 보통 2시 30분쯤 끝나 하교한다. 늦어도 3시 20분에는 집에 도착한다.
매일 어김없이 같은 스케줄이다. 어제까지는.
오늘은 4시가 되어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자주 가는 한 건너 옆집 친구네 간 걸까? 연락을 해본다. "오늘은 안 왔는데."
5개월 막내를 안고, 만3살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동네 놀이터에 가본다. 없다. 근처의 다른 놀이터를 뒤진다. 없다. 동네 놀이터를 다 돌아도 없다.
주변 엄마들에게 연락을 한다.
"그집 아이는 왔어요? 우리딸 오늘 못 봤어요?"
"오늘은 못 봤는데."
학교를 나선지 2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초조해진다. 고민을 하다 학교에 전화를 건다. 담임은 두 아이의 엄마다. 금요일이다. 일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일찍 퇴근해버릴지도 모른다. 그 전에 연락을 하자.
"아까 같은 방향 친구들이랑 같이 줄 세워서 보냈어요. 그런데 집에 없다고요? 정말요?"
정말요? 없으니까 전화를 했죠, 란 말은 삼킨다.
"이럴 땐 어쩌면 좋죠? 선생님?"
"제가 찾아보고 연락할게요."
여기저기 둘러본다. 막내는 더위에 지쳐있다. 전화가 울린다.
"우리 아들이 xx아동관 앞에 그집 딸이랑 옆반 안경 쓴 여자애가 같이 있는 걸 봤대. 학교에서 좀 전에 전화가 와서 내가 그 정보는 말해놨어."
시간은 5시가 넘었다. 우리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누구와 함께 갔구나. 대체 어디로? 안경 쓴 여자아이는 누굴까?
교사들은 학교 근처 공원과 놀이터를 다 뒤진다. 5시반 아이들은 학교와도 집과도 반대 방향에서 발견되었다. 학교를 나간지 3시간째에.
두 아이는 집으로 가던 중, 아동관에서 놀자고 의기투합해서 아동관으로 갔고, 거기서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아이가 작년까지 다니던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했고 아이들 셋은 걸어서, 유치원(우리 딸은 알지도 못하는)에 갔다가 그 근처 공원에 있던 걸 담임이 발견했다.
우리딸에 따르면 "어딘지 몰라서 집에 가고 싶어도 혼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유치원에 데려간 아이만 길을 알고 우리딸과 또 한 아이는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를 몰라, 그냥 막연히 그 공원에 있었던 것 같다. 기온은 25도가 넘고 목은 마른데 물은 없고. 집에는 가고 싶은데 길을 모르는. 에라 모르겠다. 놀자! 그랬던 것 같다.
아이 셋은 결국 학교에 집합되어 담임으로부터 주의를 받고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반드시 집에 간 후에 놀러가야 한다. 약속하라"고 주의를 받은 후, 각자의 부모에게 맡겨져 다시 한 번 주의를 받았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십년감수했다. 아이가 집근처 이외의 곳에 가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아이가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걸어서 몇 킬로든 거뜬히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남편과 나는 다시는 집에 아무 말 없이 어디로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그래도 불안해서 GPS기능이 달린 휴대전화를 구입하기로 한다.
그런데 일본 부모들은 불안하지 않은 걸까? 학교가 끝나고 말도 없이 아이가 사라졌는데. 한 아이 부모는 아이가 없어진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왜 일본학교는 이메일 긴급 서비스가 있는데 아이를 찾은데 쓰지 않는 걸까? 여간한 일이 아니고는 작동시키지 않는 것 같다. 오늘도내내 선생님들은 전화를 걸고 발품을 팔았다. 아날로그다.
학교에 전화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괜한 소란을 피우는 것 같아서. 나 혼자였으면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는 6시쯤 혼자 집에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가 어딘 줄도 모르고, 따라간 거라 어쩌면 집까지 혼자 못 왔을 수도 있다. 해가 있을 때 학교에 전화하고 싶었다. 여하튼, 찾았다 우리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