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셋과 용감무쌍 미국여행

일주일간의 로스엔젤리스, 0세, 3세, 6세와 함께한 여행

by 김민정

얼마만의 엘에이인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매년 한 번 엘에이를 찾았다. 작은 할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웨스트우드의 멋진 아파트에 혼자 사셨고, 일년에 한 번 찾아가, 함께 맛집을 도는 게 일과였다. 할아버지의 인생의 목표는 "맛있는 걸 먹고, 멋진 옷을 입자!"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서른살이 되던 해, 한국 외교부를 퇴직하고 엘에이로 이주했다. 그 후는 맛있는 것과 멋진 옷에 파묻혀? 살고 계신다. 엘에이의 맛집은, 한식이건 양식이건 일식이건 중식이건 다 꿰고 계시고, 새로 생긴 맛집은 꼭 가보시며, 개성있고 멋진 옷가게도 다 알고 계신다.

그런 작은 할아버지도 올해 만 86세. "내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아이들 데리고 오거라."라시기에 얼른 짐을 싸서 미국을 향했다. 생후 6개월(아들), 만 3세(딸), 그리고 만 6세인 초1아이(딸)를 데리고. 애 셋과 남편과의 엘에이행. 기대반, 걱정반의 이야기 개봉박두! (사진은 30대 시절의 우리 할아버지)


비행기는 아나를 이용했다. 아나의 승무원 중에 일본인 베테랑 승무원과 타이완인 신입 승무원이 우리 자리를 담당했는데, 분유를 부탁하면 베테랑 일본인 승무원은 분유를 자기가 만들어 식혀서 가져오는 반면, 타이완인 신입 승무원은 나보고 직접 만들라고 했다. 이 차이는 대체 무얼까? 아나의 기본 매뉴얼은 무엇일까? 아마 손님이 분유를 직접 타는 것은 아니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아나에 물어볼 예정이다.


여하튼,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첫째와 둘째는 알아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잠도 자고 100점 만점이었고, 막내는 분유 먹고 모유도 먹고 잠도 잘 잤는데, 아기 침대에 눕히려고만 하면 일어나(일명 등센서 작동), 결국 남편이 비행시간 내내 아기를 안고 왔다.(남편님, 땡큐!)


그리하여 미국 도착! 일본인이 경영하는 사쿠라 렌타카에서 시에나를 빌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 9시. 할아버지가 준비해주신 삼계탕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째와 막내는 시차도 겪지 않았고, 둘째만 새벽 4시면 일어나 밥을 달라며 소란을 피워, 냉장고에서 우유, 딸기, 블루베리를 매일 밤 먹였다. 첫째날은 이렇게 끝!


둘째날은 쇼핑 데이. 할아버지가 워낙 쇼핑을 좋아하셔서 아이들 옷을 사준신다기에 메이시즈에서 쇼핑. 원피스, 티셔츠, 스커트, 모자와 신발 등등을 구입하고, 지침...할아버지 말씀이 "당을 보충해야 해."라시며 씨즈 캔디에서 초콜릿 한 조각씩. 아이들은 쇼핑보다 초콜릿에 감동함. 저녁은 한인 타운에서 보쌈으로.


씨즈 캔디


셋째날은 디즈니랜드로! 미국에 자주 다녀도 늘 혼자 다녀서 디즈니엔 갈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엔 아이들이 있어 첫 디즈니 방문. 수유실이 잘 되어 있어서, 틈틈히 수유실을 오감. 뭘 타는 걸 무서워 하는 둘째는 <스몰 월드>를 체험한 후, 신나게 디즈니를 즐겼다. 첫째는 처음으로 스플래시 마운틴을 체험!!! 무려 2시간을 기다리고, 물을 온몸으로 뒤집어 쓴 후 벌벌 떨면서도 무척 신나해서 뿌듯했다.




셋째날은 디즈니 근처에 사는 고교시절 친구네 집에 묵었다. 이틀을 이 친구네서 지냈는데, 친구도 우리 첫째만한 딸이 있어, 아이들이 집에 갈 생각을 안 하고 놀았음. 고교시절 같은 연극부였던 친구가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산다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날.


고교동창생의 딸과 물놀이, 인형놀이 삼매경


다섯째 날은 친구네를 나와, 미국식 다이너에서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양이 엄청나다는 미국식 음식을 먹었는데, 세번 임신 출산으로 위가 늘었는지,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남편도 있어서 좀 못 먹고 남겼음. 엘에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티 센터에 들렸다가, 할아버지댁에 또다른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부러 나를 보러 와주어, 감동한 날.


게티 센터는 겨울이 더 아름답다

여섯째 날은,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아이들과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일곱째 날에 일본으로 귀국.


짧고 짧았지만 아이들에겐 첫 디즈니가 가장 기억에 남은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보여준 것만으로 뿌듯했던 미국행이었다.


그리고 미국행 내내 운전하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만 다녀주고, 아이들 챙기고, 7개월 막내를 내내 안고 다니고 분유 먹이고 재우며 케어한 우리 남편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남편과 나의 좋은점은 아이가 있어 불편하고 힘든 것을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알아서 조용히 하기도 하고, 저유를 듬뿍 주어서인지 긴장해서 사고를 치는 일도 없다. 실은 성향이 조용한 편도 있고. 여하튼 아이가 어려서 힘들어보였던 해외여행. 장장 12시간의 비행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모두 남편과 아이들의 협조 때문이었고,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나이에 맞게 즐길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떠나보시라,고 전하고 싶다.(남편이 아이를 잘 보면, 더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