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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l 18. 2016

에디슨보다 더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괴짜 발명왕

理想한 사람들_일본 편

-이 기사는 레이디경향 2012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에디슨보다 더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괴짜 발명왕 닥터 나카마츠

닥터 나카마츠는 3,376개의 발명품을 만들었고, 이 숫자는 여전히 갱신되고 있다. 1,093개의 특허를 가진 에디슨보다 많은 발명품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천재들이 별스러운 면모를 지니고 있듯 3,000점이 넘는 발명품이 말해주듯 그의 두뇌는 어디로 튈지 모를 고무공과도 같다. 하늘을 나는 점핑 슈즈, 손목에 차는 휴대전화 등 재미난 발명품으로 눈길을 끌고, 도쿄 도지사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닥터 나카마츠(본명 나카마츠 요시로, 84)는 일본의 '이상한 사람' 0순위일 게 분명한, 괴짜 발명가다.


위대한 발명가? 요상한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 하우스'라 불리는 그의 집과 연구소는 도쿄의 최고급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으리으리한 저택들 사이로 이어진 골목을 걸어 들어가니, '닥터 나카마츠 스트리트'와 '닥터 나카마츠 하우스' 간판이 나왔다. 여기까진 순조로웠다. 그런데 입구를 찾지 못해 꽤 오랜 시간을 헤맸다. 간신히 현관을 찾아 초인종을 누르고 첫 번째 관문을 통과, 그런데 문이 또 하나 나타났다. 여기서 초인종을 한 번 더 누르고 두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지하는 연구실, 지상은 주거공간이었다. 밖에서 볼 땐 몰랐는데 내부 공간은 완벽한 하나의 아파트였다. 여기에서 살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쑥쑥 솟아나는 걸까?


LADY 첫 발명품은 언제 만드셨나요?

닥터 나카마츠 다섯 살 때 '비행기 자동 중심 안전장치'를 발명했어요. 실제 모형을 제작해 장치의 가능성을 실험했지요. 요즘은 모든 비행기에 이 장치가 탑재돼 있어요.

모형 비행기를 더 멀리 날리고 싶었던 소년은 비행기의 중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 더 멀리 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처마 밑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원리에서 힌트를 얻어 자동 중심 안전장치를 발명했다. 중학교 시절엔 추운 겨울 병에 등유를 따르는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등유펌프'를 발명했고, 특허를 신청해 생애 첫 특허를 따내기에 이른다. 본격적인 발명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LADY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발명품을 만들기 시작하신 거죠?

닥터 나카마츠 미츠이물산 항공기과에서 비행기 관련 일을 했어요. 지금의 ANA항공의 기초를 다진 게 바로 저입니다. 또 헬리콥터를 제조하는 일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의 플로피디스크도 만들었죠. 내가 만든 플로피디스크 덕분에 미츠이물산 주식이 하루에 14엔이나 올랐었어요. 당시로서는 엄청난 주가 상승이었죠. 사장 후보란 소문이 자자했지만, 전 독립을 택했죠.

LADY 발명을 위해서요?

닥터 나카마츠 그러고 싶어서요. 한 영화사에서 TV와 맞먹을 만한 새로운 매스미디어를 개발해달라는 부탁을 한 게 계기가 됐어요. TV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영화의 인기가 잠시 수그러들었던 시절이죠. 낮엔 미츠이물산에서 일하고 밤엔 영화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지금 말로 하자면 '시네마스코프', 간단히 말하면 가로가 더 긴 와이드 화면이에요.                                                                        


LADY 아, 요즘 액정 TV나 영화의 비율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닥터 나카마츠 영화관 스크린, 렌즈, 컴퓨터 등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화면에 적절한 영화도 제작했답니다. 독일 합작 영화 '은령의 왕자'(1960)로 1956년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독일의 토니 자일러와 일본의 와니부치 하루코(鰐淵晴子)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히트를 쳤죠.


한파가 몰아닥친 이번 겨울 닥터 나카마츠는 세계 최소형 에어컨 '에콘'을 선보였다. 3×3×4cm 크기로 중량은 40g에 불과하다. 종전의 에어컨이 약 600W의 전력을 소비하는 데 반해 '에콘'은 5W밖에 소비하지 않는다. '에콘'은 주머니 속에 넣어 사용하는 타입의 에어컨으로 냉난방 모두 가능하다.

그가 괴짜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 발명품에 있다. 플로피디스크(그는 플로피디스크의 특허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고, IBM이 일본에 플로피디스크 판매를 시작할 때 그와의 분쟁을 미리 예측하고 그의 특허에 대가를 지불했다고 한다)처럼 유용한 발명품도 있지만, 점핑 슈즈처럼 기발한 것들도 있다. 또 20분만 앉아 있으면 시력이 130% 회복되고 계산 능력도 좋아진다는 '머리가 좋아지는 의자'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성감도를 높이는 스프레이도 그만의 독특한 발명품이다. 때론 아쉽게 사장된 발명품들도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제설장치는 원자력으로 눈을 녹이는 장치로, 오염수 처리법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아 특허를 받지 못한 아이디어다.


공부 잘하려면 두뇌에 좋은 음식을 3일 전에 먹어라

LADY '머리가 좋아지는 의자', '머리가 좋아지는 과자' 등 두뇌 개발 상품을 출품 중인데, 어떻게 하면 머리가 좋아지나요?

닥터 나카마츠 제가 쓴 「창조학」을 읽고 공부하세요. 도쿄대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에서 발명에 관해 강의한 내용을 담은 서적이에요. 하버드에서도 강연을 했지요. 제 비결은 '셀레브렉스'란 머리가 좋아지는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LADY '머리가 좋아지는 의자'가 도대체 뭔가요?

닥터 나카마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두뇌에 영양분을 보내주는 장치가 있는 의자예요.

LADY 머리에 영양을요?

닥터 나카마츠 전류가 흐르는 의자예요. 머리에 좋은 영양분이 제대로 머리로 가게 해주죠. 참, 머리에 좋은 성분을 보내려면 먼저 머리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돼요.

LADY 어떤 성분이 머리에 좋은가요?

닥터 나카마츠 그건 이미 제가 책에 쓴 내용이에요!                                                                        


닥터 나카마츠는 음식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이에게 주어지는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30여 년간 자신이 먹은 음식을 모두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매일 혈액을 채취해 과연 어떤 식품이 두뇌를 활발하게 하는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고기보다 콩, 생선, 채소가 두뇌에 좋다고 한다. 30년 연구 기간에 비해 식상한 결과인가? 혈액을 통해 결과를 냈다는 객관성이 연구의 주된 성과다. 또 하나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된장, 간장, 청국장(일본은 낫토) 등 발효 음식은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두뇌 회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LADY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연구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닥터 나카마츠 몸과 두뇌는 하나죠. 머리가 좋으려면 그 전제조건은 몸이 튼튼해야 한다는 거예요. 몸의 컨디션에 따라 두뇌활동이 좌우되잖아요. 어떤 날은 아이디어가 팍팍 나오는데, 어떤 날은 몸도 머리도 찌뿌둥하죠. 아마 음식이 컨디션과 관계되는 게 아닐까 해서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LADY 요즘 블로그에 올리듯이 말이죠?

닥터 나카마츠 그러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거, 그거 내가 30년 전에 했던 게 이제 유행하는 거라니까요. 내가 원조야, 원조!

LADY 매일 사진 찍기가 어렵진 않았나요?

닥터 나카마츠 그땐 말이죠, 음식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어서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레스토랑 메뉴를 훔치러 온 스파이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LADY 30년 연구의 최종 성과는 무엇인가요?

닥터 나카마츠사람들은 음식의 효과가 먹자마자 나타나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 3일 후에 와요. 그러니까 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3일 전에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발명왕의 조건, 어머니의 사랑과 교육                                                                        

자신의 발명품과 함께한 닥터 나카마츠


LADY 발명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닥터 나카마츠 발명의 3요소 중 첫째는 정확한 이론이죠. 과학적 이론 없이 발명은 불가능합니다. 둘째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입니다. 종전의 연장선에서 벗어난 색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죠. 셋째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죠.

LADY 발명왕이 되는 데 영향을 준 인물은 누구입니까?

닥터 나카마츠 지적이고 아름다웠던 제 어머니죠. 제가 세 살 때 열역학을 가르쳐주셨어요. 어머니는 당시 일본 최고의 여성학교 도쿄여자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여성이었어요. 어느 날 어머니와 공부하다가 지우개가 없어졌어요. 이럴 때 어떡하겠어요?

LADY 아, 저요? 새 지우개를 가져온다?

닥터 나카마츠 음…. 제 어머니는 "끝까지 찾아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열역학을 가르쳐주셨어요. 열역학의 기초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힘에 의해 이동한다'라는 걸 알려준 거죠. 알아듣겠어요?

LADY 아, 예, 잘은….

닥터 나카마츠 엄마의 역할이 교육에 가장 중요합니다. 엄마가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풍부해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가 있죠. 자기가 모르면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그것도 명령을 할수록 역효과예요. 제 어머니는 "하나쯤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교육하셨어요.

LADY 그런 어머니의 교육방식이 연구의 기초가 된 거군요?

닥터 나카마츠 그렇죠. 어머니의 우수한 DNA를 물려받았고 또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저는 지금도 하루에 네 시간밖에 안 잡니다.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래서 식사도 하루 한 끼로 줄였어요. 그렇게 만든 시간으로 몸을 단련시키고 아이디어를 내서 발명을 해요. 몸이 건강해야 두뇌도 잘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LADY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닥터 나카마츠 이틀에 한 번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지요. 내가 이 나이에 총 50톤을 들어요. 이런 사람은 일본에서, 아니 지구상에서 나 하나뿐일 거예요. 다리 힘을 키우는 '레그컬' 100파운드(lbs)를 80번, '레그프레스' 96파운드를 좌우 100회씩 총 200회 하죠. 엉덩이 근육과 다리 근육을 키우는 뒷다리 들기 '힙 익스텐션'도 120파운드 무게를 좌우 50번씩 해요. 이렇게 총 12개의 트레이닝을 통해 총 50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예요. 무리하면 근육이 끊어지니까 이틀에 한 번밖에 못하죠.


발명의 기본은 '사랑'이다

'삶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잊고 산다'라는 게 나카마츠의 지론이다. 삶에 한계가 있다면 꼭 필요한 일들만,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결과를 얻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하루 네 시간 자면서 읽고 공부하고 발명하는 데 모든 것을 투자해왔다. 그는 운이 좋은 발명가이다. 수입 면에서도 어려움 없이, 아니 부유한 발명가로 생활하고 있다. 30억 엔을 투자한 자택엔 황금으로 된 화장실도 마련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발명을 위해서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황금같이 지내고 싶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LADY 누구나 이상을 갖고 살아가지만 원하는 대로는 살 수 없잖아요. 이상을 갖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닥터 나카마츠 우선 사람으로서 기본을 지키며 살아야죠. 성실, 근면, 그리고 선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게 기본이에요. 그리고 의지가 필요해요. 의지가 있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죠. 포기해선 안 돼요. Never Give up!

LADY 의지가 있다면 이상적인 삶을 달성할 수 있나요?

닥터 나카마츠 도쿄대학 창조학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해준 말이 있어요. 창조는 5층 석탑이라고요. 1층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 2층은 건강한 육체, 3층은 피터지게 공부하는 것, 4층은 경험, 비로소 5층에서 방아쇠를 당기라고 해요. 4층까지를 쌓았으면 적절한 시기에 결과를 봐야죠. 이 창조학 정신은 삶에도 빗대어 말할 수 있어요.                                                                        


LADY 발명으로 부유해지는 방법은요?

닥터 나카마츠 나는 돈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자꾸만 따라다녀요(웃음). (발명은) 사랑이죠. 남을 생각해서 발명하는 것. 나를 위한 발명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발명하는 것이죠.


발명의 기본정신은 '사랑'에 입각해야 한다고 한다. 추위에 벌벌 떠는 어머니를 위해 등유펌프를 만든 일도, 머리가 좋아지는 법을 연구하는 일도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한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면 먼저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이 있어야 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TV에서 보던 닥터 나카마츠는 점핑 슈즈 일명 '뿅뿅'을 신고 뛰어다니는 재미난 발명가였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웬걸, 재미보단 진지함이 넘쳐나는 발명가였다.

그의 특허나 발명품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도 있다. 그의 발명품이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플로피디스크가 그의 발명품이 아니란 의혹도 있었지만 IBM과 특허를 둘러싼 계약을 성립시킨 건 사실이란 것도 적어두기로 한다.

요즘 그는 '닥터 나카마츠 왕국' 건설에 한창이다. 닥터 나카마츠 왕국은 발명에 의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언제나 번영 발전하는 나라라고 한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일하는 재미가 쏠쏠한 나라라고. 필자에겐 한국 지부를 만들어달라는 미션(?)도 떨어졌다.

'성공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라는 진리는 발명왕에게도 통하는 전 세계 공통의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글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 ■사진 & 제공 / 김민정, 닥터 나카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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