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e Kwon Jul 26. 2022

집착도 언젠간 흘러간다

요즘의 나는 자나깨나 부동산 생각 뿐이다. 눈을 뜨면 어디 새로운 매물 없나 찾아보고 유튜브에서도 집 내부 투어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옆에서 하도 내가 집 이야기를 했는지 동거인이 "너는 부동산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할 정도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왜 부동산에 이토록 집착하고 부동산을 갖고 싶어하는지 내 안에서도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한국인에게 이사가지 않고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의 집을 갖는 것은 당연한 꿈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일에서 자리를 잡고 인생도 조금은 살기 편해지자마자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두고, 임대로 사는 집보다는 더 좋은 설비를 이용하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일본인 동거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집이야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고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게다가 집을 꼭 사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말 부동산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는 답변에 열심히 부동산 동영상을 보여주던 나는 김이 빠졌다. 내가 너무 부동산에 집착하나?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무렵 나는 내 외관을 꾸미는데에 많은 노력을 썼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편한 옷이 최고이고 어차피 마스크 쓸 것 화장 같은건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옷이 많은데) 항상 입을 옷이 없었고 때가 되면 네일아트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으며 (예쁜 손톱을 보면 기분이 좋으니까!) 옷을 예쁘게 입으려면 운동도 하고 적게 먹어야 했다. 머리에는 에센스를 꼭 바르고 외출 전에는 향수를 뿌렸다. 속눈썹 연장을 철마다 하지 않으면 거울 속 내가 예뻐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외출할 일이 없다 보니 점점 편한대로 살게 되었고 지금 돌아보면 왜 저런 것들에 돈을 썼을까 싶다. 그런 것들 안해도 지금 이대로 정말 좋은데!


매 순간 어떤 것에 집착할 때마다 어떤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또 그렇게 대단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닌걸 보니, 어떤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잘 되었으면 해서 마음 졸이는 지금의 온갖 것들도 결국 나중에 보면 그 땐 그랬지 정도로 생각될 것이겠지. 그래서 오늘은 생각한다. 안되도 그만 되어도 그만이니 너무 집착하지 말자. 매 순간 지금 이대로 즐겁게 지내자.

작가의 이전글 집 사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의 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