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트 블루머에 대하여...

모든 꽃은 이른 봄에 피는가?

by 레이트 블루머

레이트 블루머. Late Bloomer.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단어이다. 직역하면

늦게 피는 꽃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적 의미로는 자기 고유만의 속도로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다소 늦게 성취하는 사람을 뜻한다.


봄이 오기 전에 매화와 동백이 눈 속에서 피어난다. 개나리가 봄소식을 전하며,

진달래와 벚꽃이 봄바람을 느끼게 한다. 철쭉이 피는가 싶더니 라일락이 여름의

향기를 전한다. 초여름 더위와 함께 붉은 장미가 피어오르니 들판에는 개망초와

금개국과 나리꽃과 이름 모를 꽃들도 경쟁하듯 색의 향연을 펼친다. 늦여름 추석

무렵에는 한들한들 코스모스와 은둔한 군자 같은 국화가 쑥스럽게 자태를 보인다.

그리고 겨울. 꽃 필 것 같지 않은 추위에도 빛 좋은 거실 한쪽에서는 한란이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雪中花 라고 불리는 수선화와 눈방울꽃이 2월의 눈밭에서 봄의

전령이 되고 신호수가 된다.

[봄의 화신, 벚꽃. 이른 봄꽃의 하나로 화려화기 그지없다]











[눈 속에서 피어 초봄을 알리는 눈방울꽃, 출처 Pexels.com]










식물학자들은 말한다. 꽃의 개화 시기는 빛의 주기와 온도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즉, 유전자와 외부 환경 신호의 상호작용이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떠한가? 특히 인간의 특징을 규정짓는 뇌는 어떻게 발달하고 기능

하는가? 많은 신경학자와 심리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인간의 뇌는 후방 영역의 감각영역부터 시작하여 전방의 전두엽 연합 영역의 축으로

발달하면서 기능적으로 감각, 운동, 정서, 인지 순으로 발달한다.


이러한 발달은 영아기부터 시작하여 성인기 초기 단계인 20~25세까지도 전두엽과

두정엽 간의 연결 기능이 강화된다. 특히 이 시기에 존 플라벨이 창안한 메타인지(meta

-cognition) 즉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나아가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들은

중년기와 노년기에도 뇌가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뇌는 45~55세에 정점을 이루며, 특히 뇌의 각 부분들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노년기에도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성장하고 해마의 신경세포가

증식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최근에 4세 고시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했다. 7세 고시도 있다. 이른바 영유(영어유치원)를

졸업할 무렵에 유명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레벨 테스트를 거친다. 사교육 광풍이요,

조기 교육의 끝판왕이다. 최근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소위 “HAKWON “

현상을 언급하였다. 부모들이 자녀가 또래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압박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하였다.


얼마 전에 연구실로 한 학생이 찾아왔다. 첫눈에 봐도 속이 꽉 차고 영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상담 중에 알게 된 그녀의 스펙은 나무랄 데 없어 보였다. 이해력도 뛰어난 학생이었다.

교환 학생을 포함한 여러 번의 해외 경험과 평소 학습으로 외국어 실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마케팅 직무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졸업을 유예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상담 중에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제가 너무 늦은 거는 아닌가요? “ 하고

내게 질문을 하였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었더니 ”제가 스물다섯 살인데 이룬 게 없어서

불안해요 “라고 대답한다. 순간 내 머릿속에 '스물다섯 살에 뭔가를 이루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가슴이 답답해 왔다.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어야 할 청춘이

힘들어한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한다. 쫓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청년들을 일찍 뭔가를 이뤄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볼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