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얼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이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부럽다고 해서 다른 이의 삶을 내 삶의 영역으로 가져왔을 때 그건 잘해봐야 욕구 해소 정도의 의미였을 뿐, 마음에서 행복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되려 허탈했다. '겨우 이런 느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 말고 '나'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기다보면 자연스레 만족감과 행복감에 젖어들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참 좋아하는 풍경이고, 참 좋아하는 사진이다. 아마 이 즈음의 계절, 어느 이른 저녁에 찍은 사진일 게다. 나무에는 귤이 제 빛깔을 찾아 예쁘게 익었고, 과수원을 둘러싼 방풍 나무들 사이로 높게 솟은 소나무 한 그루가 적당히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꼿꼿하게 서 있고, 북쪽 하늘까지 번져온 저녁놀의 색감이 서서히 감귤 색과 닮아가는 바로 그 시점! 카메라는 챙기지 못한 탓에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사진 품질이야 당연히 DSLR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이 풍경과 이 사진 자체는 그 어떤 작품 사진보다도 더 깊고 선명하게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이 풍경은 어디 그럴듯한 곳에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도 아니고 온갖 준비를 하고 출사를 나가서 찍은 사진도 아니다. 저 풍경은 내 고향 제주도의 우리 집 앞의 골목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이곳으로 이사한지도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이런 풍경을 나 또한 지난 20년간 봐왔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날, 이 시간, 이 풍경만큼은 그 어느 때와 다르게 다가왔던 것이다. 고요했고 아름다웠고 풍성했으며 평화로웠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어서 더더욱 가슴 속에 깊게 들어와 박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 어간의 마음 상태가 고요하지도, 아름답지도, 풍성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던 건 아닐까. 특별할 것도 없는 저 일상의 풍경이 그리도 가슴을 치게 한 것은 그간 잊어버리고, 어쩌면 잃어버리고 살고 있던 본연의 그 무언가를 다시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고향을 떠나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도시 생활의 팍팍함과 무미건조하게 지나가는 일상들 탓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도 다 잊은 채 살고 있던 것은 아닐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래서 더 멍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저 적당히 고요하고 아름답고 풍성하며 평화로운 일상에도 여유롭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데, 그조차도 다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특별하지 않다. 다른 이와 조금 다른 것은 고유함이지 특별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함을 추구하지도 않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과 나지막한 감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각자의 나름대로 고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그저 그의 삶일 뿐이고, 자기 자신의 삶일 뿐이다. 나는 나의 삶을 특별하지 않게 살아가고자 한다. 다른 이의 삶을 보며 특별하지 못하다고 한탄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소중하고 소소한 일상을 여유롭게 즐기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