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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심리학적으로 주원의  추리탐구생활 엿보니

주원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에 걸맞지 않은 미흡한 연출 아쉬워

<그놈이다>는 ‘짬뽕 스릴러’ 영화다. 사람이 사람을 추격하고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엄연한 스릴러 장르인데 보란 듯이 귀신이 등장해댄다. 귀신이 나타나기 좋은 캄캄한 밤이 아닌 벌건 대낮에도 ‘나 잡아 봐라’ 하듯 어린 여자아이 귀신이 시은(이유영 분)에게 어른거리는 호러와 스릴러의 하이브리드 영화다.     


그런데 이 하이브리드 영화, 심리학과 학생이 심리학적으로 조망해도 심리학적 이론을 영화 안에 적용할 수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독자라면 눈 감고도 아는 이론이겠지만 ‘확증 편향’이라는 이론이 <그놈이다>에 들어맞는 이론일 듯싶다. 확증 편향을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싶어 하는 객관성이 결여된 심리를 일컫는 이론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옛 조선의 땅’이라는 고지도가 속속들이 발견되는데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채 독도는 일본 땅이고 한국이 일본의 영토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망언을 지속적으로 내뱉는 건, 일본 정부가 독도를 한국의 영토가 아닌 일본의 영토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얼토당토않은 믿음이 반영된 확증 편향의 결과물이다.     


이제 확증 편향이라는 시각을 주원에게 덧입혀 보겠다. 주원이 연기하는 장우는 여동생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 <그놈이다>와 <어떤살인> 두 영화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영화 속 캐릭터가 민중의 지팡이를 믿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영화 가운데서 공권력이 실추되다 보니 장우는 동생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하고 자신이 경찰을 대신해서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장우가 용의선 상의 인물을 추격할 때 장우의 추리가 객관화되었다기보다는 확증 편향에 가깝다. A라는 인물을 범인으로 콕 짚어놓고는 그가 왜 범인인가 하는 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대개의 서스펜스 추리물이 사건의 단서들을 조합해서 범인을 추적하는 상황과는 정반대의 시추에이션이 발생한다.      

장우가 범인으로 ‘믿고 싶어 하는’ 캐릭터를 범인으로 ‘단정’하고는 장우가 범인으로 지목한 인물에게 미심쩍은 단서들을 하나씩 붙여간다는 건 장우의 확증 편향적 심리가 자칫하면 애먼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놈이다>는 확증 편향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심리학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짜임새가 잘 빠진 영화는 아니다. 그 첫 번째는 ‘귀신의 활용법’이다. 귀신이 결말을 위한 오브제, 혹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 장치의 신)’적 결말을 도출하기 위한 소모품으로밖에는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두 번째는 여성 캐릭터의 아쉬운 연출이다. 범인에게 희생당하는 희생자는 장우의 여동생뿐만이 아니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골목에서 돈을 세다가 범인에게 끌려가 봉변을 당하는데, 보통의 여성이라면  날치기당할 까봐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을 길을 걸으며 세지 않는다. 그런데 희생자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는 가운데서 만 원짜리 돈다발의 돈을 세기 바쁘다가 희생당한다.      

여성을 우매한 캐릭터로 묘사하는 이 영화 속 연출 방식은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막판에 조정석의 아내를 연기하는 이하나를 우매한 여성으로 연출하는 것처럼, 여성 캐릭터를 우매하게 활용하는 나쁜 활용이 <그놈이다>에서도 연장선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마지막은 CCTV가 버젓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범인이 자신의 정체를 장우에게 드러내는 설정이다. CCTV가 없는 장소였다면 모를까. 범인이 장우에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장소는 엄연히 CCTV 녹화가 이뤄지는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장우에게 나 잡아 보라는 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스스럼없이 공개하기 바쁘다. 이런 미흡한 영화적 짜임새로 말미암아 <그놈이다>는 잘 빠진 영화로 보기에는 무리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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