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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이보다 성공적인 결말은 없다

[리뷰] 다양한 메시지 전달에도 성공한 화려한 완결

히어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목적은 누가 뭐라 해도 ‘권선징악’이다. 빌런이 더 이상 악을 행하지 못하도록 정의의 편에 선 히어로가 징벌함에 있어, 화려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CG로 덧입혀진 징벌을 가할 때 관객은 시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수혜 받는 것이 가능한 장르가 히어로물이다.     


하나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이러한 관객의 통상적인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결말이 아니라 도리어 빌런인 타노스의 뜻대로 모든 히어로가 휘둘리는 무기력함에 관객은 경악해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에 경도된 듯한 타노스는 우주의 전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버림으로 밸런스를 맞추고자 하는 특이한 정의관을 가진 악당이었다. 타노스가 무조건 응징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리어 빌런에게도 관객이 감정이입이 일부나마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빌런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해야 할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타노스에게 희생당한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및 완다 등의 동료와 가족에 대한 복수라는 응징의 차원에만 그친다면 해당 영화는 서사의 방점이 권선징악, 또는 악을 징벌하는 응징에만 포커스가 집중됐을 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관람할 때 관객이 갖기 쉬운 함정은, 전작에서 모든 히어로가 달라붙어도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던 최강의 빌런 타노스를 어떻게 거꾸러뜨릴 수 있을까 하는 ‘징벌적 서사’로의 집중이다.       


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대개의 히어로물이 갖는 ‘징벌’이라는 종착점에 포커스가 몽땅 집중되는 히어로물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첨언하면, 타노스에게 정의의 징벌을 내린다 하더라도 사라진 동료 히어로와 가족이 돌아오진 못한다.      


타노스라는 악에 대한 심판은 가능할지언정 잃어버린 가족과 동료 히어로는 영영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실’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블랙 위도우가 눈물을 흘리고, 토르가 알코올 중독자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는 건 아무리 히어로라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피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대개의 히어로물이 갖는 ‘징벌’이라는 서사로 귀결되는 게 다가 아니라, ‘회복’에도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악당인 빌런의 숨통을 끊는다 해도 잃어버린 가족과 동료가 되돌아오지 못하기에, 상실된 가족과 동료를 어떡하면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방안도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는 염두에 두었단 이야기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몇 년 동안 걸쳐 제작된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데 있어 ‘권선징악’뿐만 아니라 ‘회복’에도 포커스가 맞춰져 제작됐다는 건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함에 있어 다양한 서사의 층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함의됐음을 뜻한다.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속 타노스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입각한 대의명분을 가진 악당으로 묘사됐다. 그 덕에 타노스는 세계 정복이나 우주 정복을 꿈꿔온 다른 악당에 비해 응징돼야 마땅할 빌런으로서의 악독함이 경감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묘사되는 타노스는 전작에 비해 응징돼야 마땅할 빌런으로서의 당위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었다. 아이먼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에게 응징당해도 쌀 만큼 ‘악’의 층위가 강화됐다는 점이 전작에서 묘사된 ‘인구론’적 관점을 보여온 빌런과 차이점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관람하기 전 그 어떤 리뷰나 기사도 가급적 피할 것을 권유한다. 가령 ‘어스’는 영화 후반부의 내용을 관객이 미리 알고 보면 재미와 몰입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약점을 갖는 영화다.      

그럼에도 한 일간지는 개봉 전 스포일러에 가까운 내용을 포털을 통해 기사로 공개했다. 미디어스 역시 개봉한지 한 주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타 필진을 통해 스포일러에 가까운 내용이 버젓이 기사로 공개될 지경이었다.      

미리 관람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포일러에 가까운 중요 내용을 기사로 폭로하는 건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관객에겐 명백한 ‘무례’임에 분명하다.


미디어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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