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우보이 비밥’, 단연코 올해 최악의 드라마

잘 만든 작품을 리메이크로 시도할 땐 늘 ‘숙명’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리메이크 작품에게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숙명이란, 원작과의 비교라는 숙명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하고, 주윤발과 장국영의 ‘영웅본색’을 우리나라에서 ‘무적자’로 리메이크하는 등, 각 리메이크 작은 원작과 비교당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은 원작보다 작품의 질에 있어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왔다. ‘카우보이 비밥’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20년 전부터 원작을 사랑해온 팬들은 기대보단 우려감을 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 애니 ‘카우보이 비밥’의 리메이크인 넷플릭스의 실사 드라마는 찬사보단 실망을 안긴 ‘총체적 난국’이 되고 말았다.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떠올린다 하면 많은 대중은 화제성에서 메가 히트를 거둔 ‘킹덤’과 ‘오징어 게임’,‘스위트홈’과 ‘D.P.’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화제작도 많은 반면에, 작품성과 화제성에 있어 함량 미달인 작품도 쏠쏠하게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퀸스 갬빗’과 ‘기묘한 이야기’,‘하우스 오브 카드’ 등 국제적으로 화제성 몰이에 성공한 드라마가 있는 반면 ‘미스트’와 마블 ‘디펜더스’,‘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드라마 및 영화 ‘낙원의 밤’,‘브라이트’ 같은 졸작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은 이중 후자에 당당하게 입성이 예약된 ‘망작’이다.     

존 조가 연기하는 스파이크는 권총 사용과 절권도에 능하지만 여성이 바라볼 땐 묘한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이중성을 갖는 캐릭터다. 원작의 스파이크는 현상금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줄리아와의 사랑 때문에 동료이던 비셔스와 등을 돌리게 만드는 로맨티스트.      

‘카우보이 비밥’을 드라마로 만들되 원작 그대로의 설정이었다면 실사화의 한계를 감안한 평가가 가능했을 테지만, 이번 실사화 리메이크는 드라마만의 고유함을 나타내기 위한 각색에 있어 총체적 난맥이 드러남으로 시청자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속 스파이크의 액션은 둔탁하기 이를 데 없고 액션의 동선은 예측 가능하다. 더군다나 원작의 고유한 로맨티스트적 감수성은 온데간데없다. 스파이크에게 있어 형제나 다름없던 비셔스와 갈라서게 만든 줄리아는, 드라마에선 원작의 ‘추억 훼손’을 넘어서서 없느니만 못한 캐릭터로 심각하게 변질되고 만다. 비셔스와 페이는 원작을 모른다 해도 ‘햠량 미달’ 캐릭터란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      

원작의 5화 ‘타락천사들의 발라드’에서 OST 'Rain'을 배경으로 스파이크와 비셔스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드라마에선 마지막 회차에 등장하는데, 드라마 속 해당 회에서 원작의 아우라를 얼마나 극심하게 ‘피폐’하게 만들었는가를 직접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드래곤볼’이나 ‘공각기동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서구의 기호에 맞게 각색하고 리메이크 하는 작업을 여러 번 시도해왔으나 그 결과는 많은 부분에 있어 좋게 평가되질 못해온 게 사실이다. 이중에도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은 올해 감상한 드라마 중에서 최악의 퀄리티로 돌아온 리메이크가 되고 말았다. 실사화된 이번 드라마를 감상하느니, 원작 애니메이션을 한 번 더 감상할 것을 권유한다. 현재 넷플릭스엔 원작 애니메이션도 스트리밍 중이다.

미디어스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