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이라 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오산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짝사랑하는 여자가 ‘만인의 여자’로 표현될 정도로 모든 남자에게 다 잘해주는 여성이라면 그만큼 남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경우도 없을 듯하다. <오케피>의 하프(윤공주, 린아 분)를 연기하는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린아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모든 오케스트라 피트 단원들에게 다 잘 대해주는 나머지 기타(육현욱, 이승원 분)는 다른 단원들에게 하프와 연애한다고 오버하고 밝힌다. 하지만 하프는 결코 기타와 사귀는 게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과연 하프가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는 누구일까.
뮤지컬의 연출가인 황정민은 영화배우가 되기 전에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배우다. 그러다 보니 무대의 기본기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뮤지컬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는 대본 리딩을 한두 주도 아니고 몇 주 동안 계속 한 경험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작업이었노라고 린아는 고백하고 있었다.
-전작이 무거운 작품이었는데 이제는 정서적으로 180도 다른 작품에 임한다.
“전작에서 우울하고 힘든 작품을 하다가 <오케피>는 코미디라 정서적으로 환기된다. 남편(장승조)은 작품에 따라 아내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저뿐만이 아니다. 남편 역시 뮤지컬을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하더라. 힘든 작품을 하면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고 한다.
<오케피>는 현대물이라 덜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전작과는 다른 류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두 어려웠다. 힘든 가운데서도 정서적으로는 재미있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
무대 위에 오래선 베테랑 배우들도 ‘여태까지 이런 뮤지컬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 대개의 뮤지컬처럼 한두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열 명이 넘는 캐릭터 모두 비중이 적지 않은 캐릭터다. 그런데다가 정신을 살짝 놓기라도 하면 대사를 할 타이밍을 놓칠 위험도 있다. 한 명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전체 배우의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세 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시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프는 모든 남자에게 잘 대해줘서 오해를 사기 쉽다. 하프가 다른 남자에게 보편적으로 잘 대해주는 것과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 해주는 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하프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다른 남자에게 보편적으로 잘 대해주는 것과는 달리 올인하는 경향이 하프에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만 눈에 보이니까 사랑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는 캐릭터가 하프다.”
-남편이 아침드라마를 촬영하는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관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의 반응은.
“부모님과 언니, 남편밖에 안 보았는데 남편은 이 작품에 대해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좋은 작품’이라며 남편이 분석한 것을 제게도 이야기해 줄 정도로 <오케피>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로서 <오케피>를 통해 얻는 점이 있다면.
“연기의 포인트를 배울 수 있는 뮤지컬이 <오케피>다. 다른 뮤지컬처럼 죽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13명의 캐릭터가 번갈아 등장하기 때문에 하프도 1/13 분량으로 등장한다. 다른 캐릭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베테랑이다. 자신들의 분량이 적어도 캐릭터를 살릴 수 있도록 연기적인 노력들을 많이 기울인다. 저렇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기에 대해 한 번씩 더 생각해야 하는가를 옆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케피>처럼 코미디 뮤지컬과 클래식하거나 록(Rock)적인 뮤지컬을 해왔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뮤지컬 장르가 있다면.
“쇼적인 뮤지컬이나 대중이 뮤지컬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뮤지컬, 또는 여성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진제공:샘컴퍼니)